[피서지 몰카와의 전쟁] 첨단장비 동원에 포상금도 지급

입력 2018-07-07 07:17
[피서지 몰카와의 전쟁] 첨단장비 동원에 포상금도 지급

경찰, 지난해 여름 집중단속서 983명 검거…올해도 예방·단속 총력전

(전국종합=연합뉴스)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해수욕장 등 전국 주요 피서지에서 몰래카메라(몰카) 범죄가 우려된다.

경찰청이 지난해 7월 1일부터 8월 20일까지 전국에서 몰카 범죄 집중단속을 벌여 검거한 몰카 촬영자와 영상 유포자 등은 모두 983명에 이른다.

경찰은 올해도 첨단장비를 동원해 몰카 설치 여부를 수시로 점검하거나 각종 조형물을 설치하고 신고보상금을 지급하기로 하는 등 단속과 예방에 주력할 참이다.

◇ 휴대전화 들고 '찰칵'…자체 제작 몰카도 설치

"어, 뭘 찍는 거지? 일행인가?"

지난해 7월 29일 오후 6시 15분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



해군작전사령부 부산기지전대 김모(24) 중위와 7기동전단 71기동전대 이모(24) 하사는 물놀이 중 남성 A(51)씨의 수상한 행동을 눈여겨보게 됐다.

두 해군 간부는 A씨가 휴대전화로 비키니를 입은 여성 주변에서 계속 사진을 찍는 것을 지켜보다가 A씨를 추궁했다.

이 과정에서 A씨가 갑자기 달아났고 추격에 나선 김 중위와 이 하사는 A씨를 붙잡아 광안 여름경찰서로 인계했다.

경찰 조사결과 A씨 휴대전화에서는 여성들의 신체 부위를 촬영한 사진이 200장 넘게 발견됐다.

이처럼 여름 휴가철이면 전국 유명 해수욕장을 중심으로 여성들의 신체 부위를 촬영하려는 몰카범이 활개를 친다.

A씨처럼 휴대전화를 들고 대놓고 촬영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화장실이나 자신의 소지품 등에 몰카를 설치하기도 한다.

지난해 8월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는 여성 피서객의 동의 없이 인터넷방송으로 실시간 중계를 한 혐의(카메라 이용촬영)로 B(32)씨가 불구속 입건됐다.

B씨는 지난해 7월 25일부터 8월 3일까지 해운대해수욕장에서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여성들의 동의 없이 신체 일부를 카메라로 촬영해 인터넷방송으로 실시간 중계하다 적발됐다.

◇ 피서지 여름경찰서 운영…첨단장비로 몰카 탐지

경찰청은 7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해수욕장·계곡·유원지 등 전국 78개소에 여름경찰관서(경찰서·파출소)를 운영한다.

여름경찰관서는 성범죄 예방과 교통·행락질서 유지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경찰은 몰카 범죄의 특성을 고려해 올해도 전파 탐지기와 렌즈 탐지기 등 전문 탐지장비를 동원해 수시로 화장실 등지에서 몰카를 사전에 탐지하는 데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경찰청이 지역별로 지급한 전파 탐지기는 휴대전화기는 물론 시계, 라이터 등으로 위장한 몰카 전파를 탐지할 수 있다.

옷이나 가방 안에 숨긴 몰카도 전원만 켜져 있으면 포착할 수 있다.

탐지기는 몰카에서 전파를 수신하면 작은 소리와 함께 강한 진동으로 소지하고 있는 경찰관에게 알려준다.

상대방은 눈치챌 수 없다.

렌즈 탐지기는 적외선을 쏴 렌즈에서 반사하는 빛을 포착한다.

전원이 꺼져 있어도 렌즈가 외부로 노출돼 있으면 탐지기에 걸린다.

부산경찰은 해수욕장 본격 개장에 앞서 화장실, 탈의실, 공원 등을 순찰하며 비상벨 작동상태를 점검하고 폐쇄회로(CC)TV 위치 등을 조정했다.

부산경찰은 시민 신고로 몰카 촬영자 등을 잡았을 때 신고자에게 포상금(5만∼10만원)을 지급한다.

충남지방경찰청은 지난 6월 한 달 동안 태안·보령·당진 지역 49개 해수욕장 공중화장실에서 몰래카메라 설치 집중단속을 벌였다.

◇ 이색홍보 조형물 설치해 성범죄 예방 유도

해수욕장 등 피서지 곳곳에는 몰카 범죄를 예방하고 엄중한 처벌을 경고하는 각종 조형물이 설치됐다.



부산경찰은 최근 해운대해수욕장 이벤트 광장에 있는 이동식 화장실 위에는 '해운대 어벤저스 경찰관'으로 명명된 불법촬영 범죄 예방용 조형물을 만들었다.

이 조형물은 해운대경찰서 소속으로 해운대와 송정해수욕장에 각각 근무 중인 현직 경찰관 5명이 바닷가를 지키는 형상을 하고 있다.

부산경찰은 또 휴가철을 맞아 부산을 방문하는 외국인이 문화 차이로 인해 저지르기 쉬운 기초질서 위반 및 성범죄 예방을 위해 7개 해수욕장에 6개 언어로 된 현수막을 설치하고 부산지역 외국인 고용 1천800개 업소에 서한문까지 발송했다.



강원 동해안 대표적 관광지인 강릉 경포 해변에는 '몰카 범죄' 예방을 위한 이색홍보 조형물이 들어섰다.

강원지방경찰청은 이달 6일 동해안 해수욕장 개장을 앞두고 경포해수욕장 샤워실 건물 외벽에 '몰카는 명백한 범죄입니다'라는 래핑 광고를 설치했다.

이 문구는 여름 피서지 최대 골칫거리인 몰카가 명백한 범죄이고 몰카 행위를 누군가 반드시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이미지화해 몰카 범죄를 예방하려는 취지다.

경찰은 지난해 처음 선보인 이 래핑 광고를 해수욕장 개장을 앞두고 재등장시켰다.

경찰은 이 같은 이색홍보 조형물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피서지 주변 몰카 범죄 예방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충남 태안경찰서는 지난달 16일부터 '대 여성 악성 범죄 100일 집중단속' 홍보 캠페인을 벌여오고 있다.

이번 행사는 피서철을 앞두고 증가하는 관광객 불안을 해소한다는 취지에서 여성 대상범죄를 집중적으로 예방하기 위해 마련됐다.



몰카 등을 이용한 불법촬영 범죄를 저질러 재판에 넘겨지면 7년 이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는다.

경찰 관계자는 "카메라나 스마트폰 렌즈 등의 깜빡임이 느껴지면 몰카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고 불쾌한 성적 접촉이나 상황에 직면했을 땐 거부 의사를 강하게 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여름철 성범죄 단속을 강화해 여성들의 불안을 해소하겠다"며 "성범죄가 의심되면 112에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재홍 김선경 이재현 장덕종 손현규 박주영 이승민 이해용 이승형 권준우 장영은 기자)

pitbul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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