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뒷좌석 방치한 손자 숨진 할아버지…경찰 "형사처벌 불가피"

입력 2018-07-05 15:18
수정 2018-07-05 15:31
차 뒷좌석 방치한 손자 숨진 할아버지…경찰 "형사처벌 불가피"

유아 나오지 않아도 부모에게 연락 안 한 어린이집은 처벌대상 아냐



(의령=연합뉴스) 김선경 기자 = 60대 할아버지가 어린 외손자를 차량에 태운 사실을 깜박하고 방치하는 바람에 외손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경찰이 할아버지에 대한 형사처벌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5일 의령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4일 의령군 내 한 실외주차장에 세워둔 차에 4시간가량 방치돼 숨진 3살 남자아이의 시신을 유족에게 인계했다.

이는 당일 오전 아이를 태우고 집을 나선 할아버지(63)의 진술, 주변 CCTV 등 상황을 종합적으로 확인한 결과 아이 사망에 고의성이 없다고 판단해 부검을 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남지방경찰청 제공]

경찰은 할아버지가 출근하느라 깜빡하고 차에 아이를 홀로 남겨둔 탓에 아이가 열사병으로 숨진 것으로 결론 내렸다.

유족은 숨진 아이의 장례를 치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할아버지에 대해 형사처벌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맞벌이하는 딸과 사위가 일이 바쁠 때 때때로 외손자의 등원을 도와준 할아버지는 이번 사고로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할아버지가 처벌을 받겠다며 큰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며 "이루 말할 수 없이 안타까운 사고지만 사망 사고이기 때문에 형사처벌은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단 할아버지가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사고 당일 오전 등원 예정이던 유아가 출석하지 않았는데도 부모 등에게 아무런 연락을 취하지 않은 어린이집에 대해서는 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어린이집 관계자는 "지난 6월 아이가 입 주위에 물집이 잡히는 전염병에 걸려 며칠간 등원하지 않은 적이 있다"며 "당일도 '그래서 안 왔나'라고 생각했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어린이집에서 '왜 안 왔느냐'고 연락만 했어도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을 텐데 안타깝다"며 "어린이집이 안전 관리 매뉴얼에 소홀한 부분은 인정되지만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k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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