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농구 南 장내 아나운서 "北김청일 선수 발음 조심스러웠죠"

입력 2018-07-05 10:50
수정 2018-07-05 11:51
통일농구 南 장내 아나운서 "北김청일 선수 발음 조심스러웠죠"

프로농구 베테랑 아나운서 박종민씨, 북측 요청으로 방북 하루 전 합류

"처음엔 긴장됐지만…가문의 영광"



(평양·서울=연합뉴스) 평양공동취재단 고미혜 기자 = "번영팀 6번과 평화팀 9번 선수는 형제입니다."

남북 통일농구 남자 혼합경기가 열린 4일 오후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 돌파를 시도하던 '번영팀' 허훈(kt)을 '평화팀' 허웅(상무)이 막아서자 장내 아나운서가 두 선수의 가족관계를 '폭로'했다.

뜻밖의 사실에 웅성거리던 평양 관중은 아나운서가 "누가 형일까요?"라고 말하자 폭소를 터뜨렸다.

이날 체육관을 가득 메운 1만여 명 북한 관중과 자연스럽게 소통하며 경기장의 분위기를 돋운 이는 프로농구 19년 차 장내 아나운서인 박종민 씨다.

1999년 장내 아나운서를 시작해 2001년부터 프로농구 서울 SK나이츠 홈 경기 진행을 전담하고 있다.

박씨의 방북은 극적으로 결정됐다. 박씨는 방북 하루 전인 지난 2일 오후 7시께 대한농구협회로부터 "내일 평양에 가야한다"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3시간 30분 뒤 방북이 최종 승인됐다.

박씨는 "북측에서 2일 오후 6시 경기를 진행할 장내 아나운서가 필요하다는 팩스를 우리 쪽에 보냈다고 하더라. 그 뒤 나한테 전화가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준비할 새도 없이 다음날 평양행 군 수송기에 올랐다. 당초 통일농구대회에 참가할 대표단 정원이 100명이었지만 박씨가 마지막에 포함되면서 101명이 평양을 찾았다.

낯선 북한식 농구용어를 이해하는 일이 급선무였다. 북한에서는 슛을 '투사', 패스는 '연락', 덩크슛을 '꽂아넣기', 리바운드를 '판공 잡기'라고 부른다.

박씨는 "처음에는 긴장을 많이 했다. 북한식 용어가 익숙하지 않아 어려움이 있었다"며 "선수 이름을 말하는 것도 조심스러웠다. 북측에 김청일이란 선수가 있는데 발음을 하는데 신경쓸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방북이 결정되고 나서 경기장에서 틀 K팝 30곡도 준비했으나 북측에서 틀지 말아 달라고 해서 결국 틀지는 못했다.

박씨는 "북한 팬들이 즐겁게 경기를 관람한 것 같아 보람을 느꼈다"며 "이런 기회를 누구나 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문의 영광이다"라고 웃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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