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 등재한 세계유산위원회 폐막…세계유산 1천92건
사우디·독일 유산, 자문기구 권고 뒤집고 등재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산사(山寺), 한국의 산지승원'(Sansa, Buddhist Mountain Monasteries in Korea)을 한국의 13번째 세계유산으로 등재한 제42차 세계유산위원회(WHC)가 지난 4일 막을 내렸다.
바레인 수도 마나마에서 열린 이번 회의에서 세계유산위원회는 한국의 산사를 포함해 문화유산 13건, 복합유산 3건, 자연유산 3건을 등재했다.
이로써 유네스코 세계유산은 모두 1천92건으로 늘었다.
양산 통도사, 영주 부석사, 안동 봉정사, 보은 법주사, 공주 마곡사, 순천 선암사, 해남 대흥사로 구성된 한국의 산사는 세계유산위원회 자문기구인 이코모스(ICOMOS·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로부터 4곳만 등재 권고 판정을 받았으나, 위원국을 적극적으로 설득한 우리 정부 노력으로 7곳 모두 세계유산이 됐다.
또 우리나라 유일의 자연유산인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은 거문오름 용암동굴계 상류동굴군을 추가하는 소규모 경계변동이 승인됐다. 한국이 보유한 세계유산의 구역 변경은 최초다.
중국 구이저우(貴州)성 판징산(梵淨山)은 멸종위기 종인 판징산 전나무와 들창코원숭이가 살아간다는 점이 세계유산 등재 기준인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로 인정돼 세계유산이 됐다.
일본은 17∼19세기 일본 기독교 문화를 보여주는 마을과 성, 성당을 묶은 '나가사키 지역의 은둔 기독교 유적'을 등재하는 데 성공했다.
중국 '취안저우(泉州) 역사기념물과 유적'은 당초 '등재 불가' 결정을 받았으나 심의에서 '보류'로 상향 조정됐고, 일본 '아마미-오시마 섬, 도쿠노시마 섬, 오키나와 섬 북부, 이리오모테 섬'은 사전 심사에서 반려 권고를 받아 등재 신청을 자진 철회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세계유산 자문기구가 내린 결정을 세계유산위원회가 뒤집는 이례적인 일이 잇따라 벌어지기도 했다.
문화유산을 사전 심사하는 이코모스와 자연유산을 조사하는 국제자연보존연맹(IUCN)은 각국이 신청한 유산에 대해 등재 권고(Inscribe), 보류(Refer), 반려(Defer), 등재 불가(Not to inscribe) 중 하나를 선택해 당사국과 세계유산센터에 전한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신청한 '알아사 오아시스, 진화하는 문화경관'과 독일 '나움부르크 성당'은 등재 불가 판정을 받았으나 결국 등재됐다.
반면 루마니아는 이코모스가 '등재 권고'를 한 '로시아 몬타나 광산경관'에 대해 광산 개발을 둘러싼 국제분쟁 조정이 진행 중이라는 점을 고려해 보류를 요청했다.
이렇게 등재 불가 대상 유산이 세계유산에 등재되고, 등재 권고를 받은 유산이 보류된 사례는 처음이라고 문화재청은 설명했다.
이에 따라 세계유산위원회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내년에 열리는 제43차 회의에서 자문기구 심사 결과와 등재 결정 절차를 개선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한편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은 케냐 '투르카나 자연보호구역'이 새롭게 추가됐고, 보호 관리를 강화한 사실이 인정된 벨리즈 '산호초 보호지역'은 제외돼 54건이 그대로 유지됐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제42차 세계유산위원회는 위원회 개최국과 국제보존복구센터(ICCROM)가 공동 운영하는 문화재 담당자 포럼 지속 개최, 역량강화 사업을 위한 세계유산기금 확충, 유산 담당자 교육 기회 확장을 의결했다"고 말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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