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된 남북 선수들 "같은 민족이라는 것을 느꼈다"
허웅 "아버지에 이어 뜻깊은 경기 참가해 행복해"
임영희 "북측 선수들과 손잡고 나올 때 뭉클"
北리정옥 "우리는 한민족…아시안게임서도 선전할 것"
(평양·서울=연합뉴스) 평양공동취재단 김경윤 기자 = 남북통일농구에 참가한 양측 선수들은 경기 후 밝은 표정으로 소감을 밝혔다.
남북 남녀 농구대표팀 선수들은 4일 북한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남북통일농구 첫날 혼합경기를 마친 뒤 한목소리로 "의미 있는 경기"였다며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아버지 허재 감독과 함께 북한을 밟은 남측 남자 대표팀 가드 허웅(동부)은 "경기에 참가한 것만으로도 영광스럽다"라며 "아버지에 이어 남북통일농구에 참가하게 됐는데, 이런 기회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측 농구대표팀 허재 감독은 지난 2003년 같은 장소에서 열렸던 마지막 남북통일농구에 선수로 참가했다.
15년의 세월이 지난 뒤 허재 감독은 남자 대표팀 사령탑으로 북한 땅을 밟았다. 이번엔 장남 허웅과 차남 허훈(kt)이 선수로 함께 해 의미를 더했다.
민족의 피가 섞이진 않았지만, 귀화선수 리카르도 라틀리프(현대모비스·한국명 라건아)도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라틀리프는 "평소 덩크슛을 잘 시도하지 않는데 (북한)팬들께 좋은 선물을 하고 싶어 많이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살면서 북한에서 경기할 것이라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라며 "가족, 친구들에게 전할 수 있는 좋은 이야깃거리가 생긴 것 같다"라고 밝혔다.
여자대표팀 선수들도 밝게 웃었다.
남측 여자농구대표팀 최선참 임영희(우리은행)는 경기 후 "남북 선수들이 손을 잡고 입장했을 때 뭉클했다"라며 "경기를 하면서 남북이 하나가 된 느낌을 받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북한 선수들과 무슨 대화를 나눴나'라는 질문엔 "주로 농담을 많이 했다. 대화하면서 하나가 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임영희는 아울러 "북측엔 어린 선수들이 많던데, 앞으로 크게 발전했으면 좋겠다"라며 덕담하면서 "농구 용어가 조금씩 다르지만, 알아들을 수 있는 수준이라 의사소통 문제는 전혀 없었다"라고 밝혔다.
북한 선수 중 인상적이었던 선수를 꼽아달라는 말엔 "로숙영의 플레이가 눈에 띄었다"라고 전했다.
여자 농구대표팀은 다음 달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팔렘방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서 단일팀을 꾸릴 가능성이 매우 크다.
임영희는 "아직 단일팀을 꾸리기로 확정되지는 않았다"라며 조심하면서도 "단일팀 성사가 결정되면 열심히 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북측에서도 인터뷰에 응했다. 평화팀 소속으로 28점을 쏟아부은 북측 여자농구대표팀 리정옥은 "북남 수뇌 분들이 마련한 통일농구대회에 참가해 기쁜 마음을 금치 못하겠다"라며"북과 남이 공을 주고받으며 하나의 마음이 됐다는 걸 느끼게 됐다. 우리 민족이 한민족이라는 걸 생각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단일팀 구성에 관한 질문엔 "뜻과 마음을 합해 단일팀으로 나가면 우리 민족의 슬기와 기상을 충분히 떨칠 수 있을 것"이라며 성공을 확신했다.
그는 남측 이문규 감독이 인상적인 선수로 꼽았다고 전하자 수줍은 웃음으로 답변을 대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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