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대책] 출산·육아 부담↓ 삶의 질↑…신혼·청년 163만호 지원(종합2보)

입력 2018-07-05 20:23
수정 2018-07-05 20:23
[저출산대책] 출산·육아 부담↓ 삶의 질↑…신혼·청년 163만호 지원(종합2보)



고용보험 미가입자 출산지원금…8세미만 아동 부모 하루 1시간 근로 단축

돌보미 지원 대상 2배로…아빠 출산휴가·육아휴직 지원도 확대

주거부문 제외 한해 추가비용 약 9천억원…"초저출산 완화효과 미흡"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신재우 기자 = 정부가 혼인 감소 등으로 인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고 청년층의 주거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2022년까지 총 163만가구를 신혼부부와 청년에게 지원하기로 했다.

그동안 출산휴가급여 대상에서 제외됐던 커피숍 등 자영업자와 학습지 교사 등 고용보험 미가입자도 급여 혜택을 받게 된다. 만 8세 미만 아동의 부모에게는 양육을 돕기 위해 임금 삭감 없이 하루 1시간 일하는 시간을 줄이는 방안을 추진한다.

1세 아동의 의료비는 사실상 사라지고, 돌보미 지원을 받는 신혼부부 자녀는 지금보다 2배 많아진다. 아빠의 출산휴가도 3일에서 10일로 늘어난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5일 이런 내용을 담은 '일하며 아이키우기 행복한 나라를 위한 핵심과제'를 발표했다. 출산율 목표에 방점을 찍지 않은 첫 대책으로 '주거복지',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 '아동 성장 지원', '차별 해소'에 초점이 맞춰졌다.

정부는 결혼 기피 풍조와 저출산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는 주거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작년 '주거복지 로드맵'에서 제시된 신혼부부와 청년 주거지원 목표를 대폭 상향했다.

공공주택 공급과 금융지원 등을 포함해 신혼부부는 당초 60만가구에서 88만가구, 청년은 56만5천가구에서 75만가구로 각각 확대해 공급하기로 했다.

신혼희망타운은 당초 목표보다 3만호 추가한 10만호가 공급되고, 내년부터 생애 최초로 주택을 구입하는 신혼부부는 취득세를 50% 감면받는다.



아울러 무주택 서민을 위한 주택도시기금의 정책금융 상품인 디딤돌(구입)·버팀목(전세) 대출과 신혼부부 전용 구입·전세 대출에서 신혼부부와 다자녀 가구의 혜택을 9월부터 대폭 확대한다.

정부는 출산 지원책의 사각지대도 해소한다. 그간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골프장캐디, 신용카드모집인 등 특수고용직과 자영업자, 단시간근로자는 출산휴가 90일간 별다른 급여를 받지 못했다.

앞으로 이들은 월 50만원, 총 150만원의 출산지원금을 받는다. 새 제도의 혜택을 보게 될 여성은 약 5만명이다.

만 1세 미만 아동의 의료비는 사실상 없어진다. 외래진료비 건강보험 본인부담금을 현재보다 66% 경감해주고, 나머지 금액은 임산부에게 일괄 지급되는 국민행복카드로 결제할 수 있게 한다.

아이돌봄 서비스도 확대한다. 현재는 3인 가구 기준으로 소득이 월 442만원(중위소득 120%) 이하이면 아이돌보미를 지원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553만원(중위소득 150%)까지도 지원 대상이 된다.

정부는 아이와 함께하는 일·생활 균형 문화를 만들기 위해 만 8세 이하의 자녀를 둔 부모라면 임금 삭감없이 근로시간을 1시간 단축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기로 했다. 근로 단축 기간은 최대 2년이다. 필요에 따라 하루 5시간까지 단축할 수 있으며, 이 중 1시간에 대해서는 정부가 통상임금의 100%를 보전해준다.

또 남성의 육아휴직을 활성화하기 위해 아내에 이어 육아휴직에 들어가는 남성에게 첫 3개월간 지급하는 급여를 월 200만원에서 250만원으로 인상한다.



남편이 받는 유급 출산휴가는 3일에서 10일로 늘어난다. 중소기업 근로자의 유급휴가 5일분에 대해서는 정부가 임금을 대신 지급한다. 또 출산 후 90일 이내에서 휴가를 분할 사용하도록 해 편의를 높인다.

정부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모든 출생을 존중한다는 정책 방향을 설정했다.

한부모도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도록 한부모가 양육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아동의 연령을 14세에서 18세로 상향하고 지원액도 월 13만원에서 17만원으로 높인다.

비혼 출산과 양육이 사회적으로 차별받지 않도록 미혼모가 자녀를 기르던 중 아버지가 자녀 존재를 인지하더라도 종전의 성(姓)을 그대로 유지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고, 사실혼 부부도 법적 부부와 마찬가지로 난임시술에서 건강보험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대책 가운데 법 개정이 필요없는 사업은 정부 예산으로 내년부터 시행한다.

김상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번 대책은 출산율 지향 정책에서 삶의 질 개선 정책으로 전환하는 첫걸음"이라며 "2040세대의 다양한 삶의 방식을 존중하되, 결혼·출산·양육의 경로를 선택할 때 국가지원을 강화하고 모든 출생을 존중하는 여건을 조성하는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출산율, 출생아수 목표를 제시하지 않았다. 출산 감소 속도가 너무 빨라 목표를 세우는 자체가 의미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출산율은 1.05명, 출생아 수는 35만8천명으로 역대 최저였고, 올해는 상황이 더 나빠져 출산율은 1.0 아래로 떨어지고, 출생아 수는 32만명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최악의 상황을 맞아 내놓은 대책치고는 무게가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대책에 드는 비용은 주거 부문을 제외하고 한해 9천억원 정도로 예산으로 보면 대규모 사업은 아니다.

'1세 아동에 대한 의료비 경감', '아이돌봄 서비스 확대' 등은 기존 정책을 강화하는 수준으로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임금 삭감없는 육아기 근로시간 1시간 단축', '남성 육아휴직 사용 확산' 등은 법 개정이 필요하고 회사에서도 일정부분 부담을 해야 해서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에 이어 또다시 사업주와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미혼 여성 김모(38)씨는 "이런저런 정책에 엄청난 돈을 투입해도 실제 아이를 키우는 부모 1인이 체감하는 부담이 크게 줄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 "출산을 희망하는 사람의 육아 비용을 파격적으로 경감해주는 정책이 아니면 효과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인 구모(35)씨는 "이번 대책은 좋은 직장에 다니는 형편 좋은 사람에게 육아휴직과 주거마련 기회를 더 많이 주는 정책으로 느껴진다"며 "중소기업 근로자들이 장기간 출산휴가를 쓰고 육아휴직에 쉽게 나설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창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기획조정관은 "단기적으로 특단의 대책이 나오기 어려운 상황에서 당장 내년부터 실행할 수 있는 대책을 발표한 것"이라면서 "우리나라의 적정한 인구규모를 전망하고 장기 대책인 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재구조화해서 10월에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withwi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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