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회장 "기내식 사태로 심려 끼쳐 죄송"…공식 사과(종합2보)

입력 2018-07-04 20:04
수정 2018-07-04 21:59
박삼구 회장 "기내식 사태로 심려 끼쳐 죄송"…공식 사과(종합2보)

투자유치 '갑질' 의혹은 "오해"…"숨진 협력업체 대표 유족께 사과"

나흘째 '노밀' 운항 24편…"직원 애로·불만에 적극 대처하겠다"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나흘째 계속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020560] '기내식 대란'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박 회장은 4일 오후 5시 광화문 사옥에서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사장 등 임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기내식 사태로 인해 심려를 끼쳐 승객과 국민께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예측과 준비 부족으로 고객과 직원들이 고생하는 데 대해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전적으로 제 책임이다. 변명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박 회장은 기내식을 납품하는 재하청 협력업체 대표 A씨가 숨진 채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유족께 깊이 사과한다"고 말했다.

이번 '기내식 대란' 원인에 대해서는 "예측을 잘했다면 이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을 텐데, 전적으로 우리 책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협력업체도 있었고 극단적으로 대한항공[003490]에서 도와주면 해결할 수도 있었는데, 죄송하게도 협조를 못 받았다"고 말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그는 일각에서 제기하는 기내식 위생 문제과 관련해 "여름철 식중독 우려가 없도록 굉장히 신경을 쓰고 있다"며 "우려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나흘째 '기내식 대란'이 이어지는 이날 아시아나 전체 항공편 79편 중 1시간 이상 지연 출발은 없었고, 기내식 없는 '노밀'(No Meal) 상태 운항은 24편으로 집계됐다.

박 회장은 "내일부터는 '노밀' 운항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고, 김수천 사장은 "비정상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완벽을 기하겠다"고 다짐했다.

박 회장은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이 금호아시아나그룹이 투자금 유치를 위해 기내식 공급업체를 바꾸는 과정에서 발생했다는 의혹에 대해 "오해가 있다"며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그는 'IMF 사태' 이후 위기 극복을 위해 2003년 아시아나 케이터링 사업부와 루프트한자 계열의 LSG스카이셰프코리아(LSG)를 각각 지분 20대 80의 합작회사로 설립했다고 설명한 뒤 "5년마다 2번의 계약연장을 할 수 있어 올해 6월이 만기였는데, 더 나은 조건의 파트너를 찾기 위해 업체를 바꾼 것"이라고 했다.

그는 "LSG가 원가를 공개하기로 했었는데 공개하지 않아 수차례 요청했고, 합의되지 못해 다른 곳을 물색했다"며 "경영 참여, 원가 공개, 기내식 질 등 면에서 아시아나에 유리하다고 판단해 게이트고메코리아(GGK)와 계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공교롭게도 3월에 공장 화재로 준비 기간이 늦춰질 수밖에 없었다"며 "다른 업체들과도 협상했지만, 협의가 잘되지 않아 샤프도앤코코리아와 기타 협력사와 계약해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고 밝혔다.



기내식 업체 선정을 놓고 아시아나가 투자 유치를 타진하며 '갑질'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박 회장이 직접 해명했다.

작년 GGK 모회사인 중국의 HNA그룹(하이난항공그룹)이 아시아나 지주회사인 금호홀딩스가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 1천600억원어치를 취득한 것이 업체 선정에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질문에 "기내식 업체 계약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아시아나가 GGK와 한 계약과 LSG와 한 계약을 비교하면 GGK가 훨씬 유리하기 때문에 계약을 한 것"이라고 잘라 말한 뒤 "HNA그룹과는 자본유치를 통해 별도의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맺은 것"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A씨가 숨진 배경에 '불공정 계약'이 있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는 "아시아나와 그 업체가 직접 계약을 한 관계는 아니지만, 책임이 없다고 얘기하지 않겠다"면서 "계약 관계를 떠나 불행한 일이 있었다는 것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 1∼3일 박 회장 등 총수 일가 가족이 인천공항에서 출국 당시 탑승한 항공편은 모두 정상 출발해 '오너 갑질'이 아니냐는 질문이 나오자 그는 "그런 건 안했다"고 부인했다.

이와 관련해 김수천 사장은 "기내식 공급 차질은 보통 오전 10∼12시 비행편이 몰리는 시간 이후에 주로 발생하는데, 박 회장 비행편은 그 이전 시간대로 전반적인 비행편 상황에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이날 아시아나 승무원 등 직원들에게도 사과했다.

공항과 기내에서 항의하고 불만을 제기하는 승객을 서비스 하느라 고통을 받고 있는 것에 대해 회장으로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며 "임직원들에게도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기내식 미지급에 대한 보상으로 발급한 '바우처'를 기내에서 사용하려는 승객이 많아 승무원들이 착륙 직전까지 면세품 판매를 하느라 위험한 비행을 하고 있다는 지적에는 "개선해야 할 일이 있으면 바로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금호그룹 직원들이 6일 집회를 연다는 소식에 대해 박 회장은 "직원들이 회사에 불만이 있다면 회사 책임"이라며 "직원들의 애로나 불만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경영진이 책임질 일은 책임 져야 하지만, 지금은 사태를 수습하는 게 문제"라며 "직원들의 정서를 달랠 수 있도록 저나 사장이나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박 회장은 지난 1일 딸 박세진(40)씨를 금호리조트 상무로 입사시킨 것에 대해 "(딸을) 사회생활을 시키려 염두하고 있다가 최근 결심했다"며 "인생공부, 사회공부도 하고 경영공부도 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고, 리조트 발전에 조그만 기여라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들과 딸 한 명이 있지만, 부족하고 지탄 받는 일을 한다면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삼구 회장 "기내식 사태로 심려끼쳐 죄송" 공식 사과

dk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