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자유" 추구 '리버랜드', 발칸반도 공백지서 건국 선언

입력 2018-07-05 07:00
"무한자유" 추구 '리버랜드', 발칸반도 공백지서 건국 선언

범죄전력 없으면 누구나 시민권 신청 가능…4월 현재 신청자 15만명

"개인의 자유 최우선"…세금 없고 국가 역할 부인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발칸반도 북부 세르비아와 크로아티아의 국경을 이루는 도나우강 한 가운데 있는 모래톱섬을 영토로 하는 '국가'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국가 이름은 '리버랜드자유공화국(Free Republic of Liberland)'.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며 암호화폐 기반기술 블록체인을 이용하는 독자적인 가상화폐룰 만든다는 계획이다.

자유를 기본으로 하는 국가이념에 찬성하는 사람으로 범죄전력이 없으면 전세계 누구나 시민권을 신청할 수 있다.

웹사이트 등록자는 50만명에 이르지만 유효한 시민권 신청자는 금년 4월 현재 15만명 정도다.

이 나라의 시민이 되려면 5천 달러(약 557만 원)를 내거나 근로와 전문지식을 제공해야 한다. 다만 아직 시민확대를 서두르지는 않고 있다.



세르비아 북부 아파틴(Apatin)의 선착장에서 보트로 30분 정도 도나우 강을 거슬러 올라가면 초목이 무성한 면적 7㎢의 무인 모래톱섬이 나타난다.

3년 전인 2015년 4월 13일 체코 '자유민주당'의 지방조직 지부장이던 비트 예드리티카(34)가 국기를 세우고 '건국'을 선언한 곳이다. 3년 전 구글지도를 들여다 보며 자신의 국가관을 실천할 장소를 찾다가 기존 국가를 자신의 국가관에 맞게 개조하기보다 새로 만드는 편이 쉬울 것이라는 판단에서 이곳을 후보지로 선택했다.

아프리카 등지도 고려했지만 체코와 문화가 유사하고 가기 쉬운 게 이곳으로 결정한 이유다.



이 모래톱은 도나우 강 중간이 국경이라고 주장하는 세르비아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시대의 국경을 채택하고 싶어하는 크로아티아 어느 쪽도 영유권을 주장하지 않는 곳이다. 국제법상 무주지(無主地)에 해당해 건국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아직 어느 국가에서도 국가로 승인하지 않았지만 유럽 언론이 기사로 다룬 덕에 지지가 확산,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국가구상을 짜기에 이르렀다.

예드리티카를 대통령으로 하고 외무장관, 재무장관, 내무장관을 두며 법률과 경제에 관해 조언하는 팀도 만들었다.

올해 4월 13일 세르비아 제2의 도시 노비사드에서 열린 건국 3주년 파티에는 크로아티아 야당 당수인 이반 페르날(32)이 참석, "진보적이고 이익을 낳을 아이디어인 만큼 지지한다"고 말했다.

2016년 미국 대선에 출마했던 게리 존슨 전 뉴멕시코 주지사와 복수의 유럽의회 의원의 지지도 얻었다고 한다.

세르비아 측은 건국기념일 등에 방문객이 늘어 보트로 모래톱으로 향하는 기점인 아파틴과 주변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된다며 싫지 않은 기색이다. 아파틴 시장과 여행업자들은 지지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크로아티아 측은 모래톱 상륙을 막고 있다. 국경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인식을 내보이면서도 주인없는 땅이라는 사실은 인정하지 않는다. 모래톱에 들어가려는 '시민'을 경찰이 구속하고 있다. 전에는 들어갈 수 있었으나 강가에서 파티를 하며 소요을 부린 사람이 나온 게 상륙을 막는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아사히(朝日)신문 기자가 보트로 모래톱에 접근했지만 크로아티아 경찰의 순시정이 보고 있어 상륙하지 못했다고 한다.

리버랜드자유공화국 대통령인 예드리티카는 아사히 인터뷰에서 "개인에게 한없이 자유로운 국가"를 추구한다고 설명했다.

개인의 권리와 책임을 중시하기 때문에 국가 역할은 기본적으로 부인한다. 규제가 없는 경제를 지향한다. 건국기념일인 4월 13일은 미국 독립선언문을 기초한 토머스 제퍼슨의 생일이다.

예드리티카는 현재 국가의 토대가 될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1억 달러(약 1천115억 원)의 초기투자를 모집하고 있다. 독자적인 가상통화 '메리트'를 창설해 운용한다는 계획이며 가상통화 기반기술인 불록체인 기술을 국가운영에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세금은 기본적으로 없다. 시민은 자발적으로 출자금을 내고 가상통화 메리트를 받는다. 선거는 1인1표가 아니라 메리트 보유액에 비례해 투표권을 갖도록 한다.

사법은 시민들이 선택할 배심원이 인터넷에서 증거를 수집해 신속하게 판결한다. 이런 제도의 기초가 될 헌법과 기본법 초안도 공개하고 있다.

예드리티카는 "외교정책은 제퍼슨의 생각을 기본으로 모든 국가와 우호관계를 맺고 무역을 하되 어떤 동맹도 맺지 않을 것"이라면서 "유엔 가입이 우리에게 이익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유럽연합(EU)에도 엄청난 규제가 있어 자유로운 국가를 만든다는 우리의 생각과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lhy5018@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