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동굴소년' 찾은 영웅은 영국 IT기술자·전직 소방관

입력 2018-07-04 11:30
수정 2018-07-04 11:49
태국 '동굴소년' 찾은 영웅은 영국 IT기술자·전직 소방관

세계 최고의 동굴잠수 전문가…각국 사고 때 구조동참

전설적 수색·구조능력 공인…"동굴에선 침착함이 생명" 지론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태국 동굴에서 실종됐던 유소년 축구선수들과 코치를 찾은 이들이 영국 탐험가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4일 AP통신에 따르면 영국동굴구조협회는 전날 배포된 소년들의 구출 동영상에 등장한 잠수사들이 영국 출신 리처드 스탠턴과 존 볼랜던이라고 밝혔다.

이들 잠수사는 태국 북부 치앙라이주(州)의 동굴에 들어가 실종자들을 만나 모두 무사하다는 사실을 외부에 알렸다.

현재 태국 네이비실의 지휘를 받아 협력하고 있는 스탠턴과 볼랜던은 소년들과 코치의 실종 사실을 전해 듣고 전문가 자격으로 현장에 급파됐다.

영국 코번트리에서 소방관으로 활동하다가 은퇴한 스탠턴, 브리스톨에서 컴퓨터 기술자로 일하는 볼랜던은 동굴 구조에 일가견이 있다.

이들은 수색작업 때 동굴을 탐사해 그 구조와 지형을 파악하는 것부터 힘을 보탰다.

유럽동굴구조위원회는 이들이 실종자 생존을 확인하기 전에 이미 "영국이 동굴 잠수대로는 최고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스탠턴과 볼랜던은 기대에 부응해 수 ㎞에 이르는 동굴 속 바닥을 기고 급류 속을 헤엄쳐 생존자들을 확인하고 향후 구조계획의 토대를 세웠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들은 세계 굴지의 동굴잠수사들로 전설적 위상을 자랑하고 있기도 하다.

스탠턴과 볼랜던을 아는 이들은 태국 정부가 당연히 이들에게 구조를 요청해올 것으로 보고 있었다.

영국동굴탐험협회의 대변인인 앤디 이비스는 "누군가 애들을 찾는다면 저 두 사람일 것이라고 나는 처음부터 장담했다"며 "저들이 세계 최고라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이비스는 "동굴 물살이 다른 점이긴 했지만, 저 사람들이 평소에 하는 활동과 비교하면 이번 일은 땅 짚고 헤엄치기였다"고 말했다.



프랑스 동굴에서 물속 70m 아래까지 들어가 10㎞를 잠수해 나아가고 무려 36시간 동안 물속에 지내는 등 전설적 기록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이들은 재능을 토대로 세계 각지에서 발생하는 동굴 조난 사고 때 구조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둘은 2010년 프랑스 남부에서 구조임무를 맡았으나 당시에는 안타깝게도 실종자가 시신으로 발견됐다.

스탠턴은 2004년 멕시코에서 홍수 때문에 지하에서 조난을 당한 영국 병사 6명을 구하는 데 힘을 보태기도 했다.

그는 당시 9일 동안 갇혀있던 군인들에게 잠수를 가르쳐 9시간 만에 모두 탈출하도록 도왔다.

생명을 구하는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스탠턴은 2012년 대영제국 훈장을 받았다.

스탠턴은 생명구조 활동을 증진하는 자선단체인 '로열 휴메인 소사이어티'에서도 볼랜던과 함께 상을 받았다.

현재 40대인 볼랜던은 50대인 스탠턴의 파트너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2013년 영국 더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성공적인 동굴 잠수의 비결은 스릴이나 재치가 아닌 침착함이라는 지론을 털어놓은 바 있다.

볼랜던은 "공포와 아드레날린이 어떤 상황에서는 좋을 수 있지만 동굴 잠수에는 그렇지 않다"며 "동굴에서는 아드레날린 같은 게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물속에서는 일이 천천히 진행된다"며 "낙하산이 고장 나면 자기 운명을 생각할 여유가 몇 초밖에 되지 않지만 10㎞ 안 동굴 물속에서 뭔가 잘못되면 산소가 동날 때까지 해결책을 찾거나 운명을 받아들일 시간이 있다"고 말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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