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검찰, 비리 의혹 前총리 기소…"배임·반부패법 위반"

입력 2018-07-04 11:06
말레이 검찰, 비리 의혹 前총리 기소…"배임·반부패법 위반"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천문학적 규모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당국의 조사를 받아 온 나집 라작 전임 말레이시아 총리가 결국 재판에 넘겨졌다.

4일 일간 더스타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검찰은 이날 쿠알라룸푸르 형사기록법원에서 나집 전 총리를 국영투자기업 1MDB와 관련한 3건의 배임과 반(反)부패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했다.

재판부는 나집 전 총리가 2014년 12월에서 2015년 3월 사이 1MDB의 자회사에서 1천만 달러(약 111억원)를 송금받는 등 권력을 남용한 혐의로 기소됐다고 밝혔다.

각 혐의의 형량은 최장 20년 징역이며, 고령인 까닭에 태형은 면제될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쿠알라룸푸르 형사기록법원은 사건을 즉각 고등법원으로 이첩할 예정이다.

나집 전 총리는 국내외 자본을 유치해 경제개발 사업을 하겠다며 2009년 1MDB를 설립한 뒤 45억 달러(약 5조원)가 넘는 자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그는 지난 5월 총선 참패로 권좌에서 쫓겨난 뒤 말레이시아 반부패위원회(MACC)의 조사를 받다가 전날 자택에서 체포됐다.

MACC와 검찰은 이번 기소를 계기 삼아 나집 전 총리와 측근들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MACC는 1MDB 횡령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보이는 계좌 400여개를 동결했고, 3일에는 '1MDB 스캔들'의 핵심으로 알려진 나집 전 총리의 의붓아들 리자 아지즈와 모하맛 자힛 하미디 전 부총리를 소환해 조사했다.

경찰은 나집 전 총리 일가의 집과 아파트 등을 수색해 무려 3천억원 상당의 보석류와 명품핸드백 등 사치품을 압수하기도 했다.

방산비리와 청부살해 등 물밑으로 가라앉았던 다른 의혹들도 차례로 들춰지고 있다.

나집 전 총리는 국방부 장관이었던 2002년 프랑스제 잠수함 도입사업을 추진하면서 1억1천400만 유로(약 1천500억원)의 리베이트를 챙겼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2006년에는 해당 사업 협상에 번역가로 참여했던 몽골 출신 여성 모델이 말레이시아 정부 VIP 경호부대 대원에게 납치돼 살해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관련 의혹을 폭로하려다 입막음을 당했다는 관측을 낳기도 했다.

말레이시아 검찰은 지난달부터 해당 사건에 대한 재수사에 착수했다.

나집 전 총리는 이러한 움직임에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체포 직후 공개된 동영상을 통해 "나에 대한 기소는 정치적 의도를 띠고 있다. 마하티르 모하맛 총리와 현 집권여당은 정치보복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법원 앞에서는 나집 전 총리의 지지자 수백명이 모여 그의 무죄를 주장하며 석방을 촉구하기도 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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