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방위비 '티격'…트럼프 "더 내라" vs 나토 "제몫한다"
美·유럽, 무역 이어 국방비 갈등 증폭…나토 정상회의 앞두고 신경전
"트럼트, 나토에 '美는 세계의 돼지저금통 될수 없다' 말할 것"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 미국이 유럽 동맹국들과 무역에 이어 방위비를 놓고 날 선 각을 세우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에 국방비 증액을 압박하고 나서자 이들 회원국은 "제 몫을 하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미국과 유럽 간 '대서양동맹'의 마찰음이 커지는 것이다.
4일 AP,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1∼1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앞두고 노르웨이, 이탈리아, 독일, 네덜란드, 캐나다, 스페인 등 나토 회원국들에 방위비 분담 확대를 요구하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미국이 나토 국방 예산의 3분의 2가량을 부담하는 불공정한 방위비 분담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에르나 솔베르그 노르웨이 총리에 보낸 서한에서 "노르웨이가 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유일한 나토 동맹국으로서 국내총생산(GDP)의 2%를 방위비로 지출하겠다는 신뢰할만한 계획이 없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는 미국의 '좌절감'까지 거론하며 방위비 증액을 요구했다.
특히 그는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서 회원국들에 미국은 세계의 '돼지 저금통'이 될 수 없다고 말할 것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호건 기들리 백악관 대변인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는 나토 동맹국들이 2024년까지 방위비 지출을 GDP 대비 2%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한 2014년의 합의를 적극적으로 이행하라는 압박으로 풀이된다.
나토 29개 회원국 가운데 지난해 GDP 대비 방위비 지출 규모는 미국이 3.6%로 가장 높다. 다른 회원국 가운데 에스토니아, 그리스, 영국 등 3개국만이 '2%' 목표를 달성했다.
그러나 나토 동맹국들은 직간접적으로 나토 방위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미국산 무기를 구매하는 등 나름대로 역할을 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채근'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프랑크 바케 옌센 노르웨이 국방장관은 "2014년 (방위비 지출에 대한) 나토 정상회의의 결정을 지지하며 후속조치를 하고 있다"면서도 "새로운 군사장비 구매에 나토의 목표치를 훨씬 넘는 비용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노르웨이는 최근 미 방산업체 록히드마틴의 F-35 전투기와 보잉의 해상초계기 '포세이돈'(P-8)을 인수했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이탈리아는 경제적으로 잴 수 없는 형태로 나토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가 미국에 해군과 공군, 정보수집 기지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등 분쟁지역의 군사적 임무에도 관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샤를 미셸 벨기에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서한에 대해 나토 정상회의와 같은 회담을 앞두고 으레 있는 것이라며 개의치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미셸 총리는 "이런 형태의 우편물에 겁먹지 않는다"며 "벨기에는 군사동맹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독일 국방장관은 방위비 증액 노력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명을 주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과 관련, "우리는 누군가를 감명시키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은 'GDP 대비 방위비 2%' 합의와 관련, "이는 법적 서류가 아니라 정치적 약속을 담은 정치적 문서"라며 강제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번 나토 정상회의는 트럼프 대통령과 주요 동맹국 정상들이 지난달 8∼9일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이후 한 달여 만에 만나는 자리다.
트럼프 대통령이 G7 정상회의에서 동맹국을 상대로 미국의 무역적자 해소를 위한 통상 압박을 가했다면 나토 정상회의에서는 안보비용 분담을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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