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거래세 손질' 등 보유세 개편 후속 대책도 필요하다
(서울=연합뉴스) 내년부터 집·땅 부자와 금융자산가에 대한 과세가 크게 강화된다.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는 3일 종합부동산세 단계적 인상,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 강화, 임대소득 세제혜택 폐지, 유연탄 개별소비세 인상 등을 담은 상반기 재정개혁 권고안을 확정해 정부에 넘겼다. 권고안은 7월 말 발표할 정부 세제개편안과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에 반영돼 국회 입법 절차를 거쳐 내년에 시행된다. 특위는 올해 하반기에 주식양도차익 등 자본이득 과세 확대와 부동산 양도소득세제 개편도 시작한다고 한다. 분배정의를 중시하는 문재인 정부의 '부자증세'가 현실화하는 흐름이지만 입법 과정에서 상당한 논란과 진통이 예상된다.
권고안에 따르면 종부세 공정시장가격비율과 세율을 동시에 올리면서 다주택자의 세 부담을 강화한다. 종부세 과세표준을 산정할 때 적용하는 공시가격 비율인 공정시장가액 비율(현재 80%)을 연 5%포인트씩 4년에 걸쳐 100%로, 주택분 최고 세율을 현행 2.0%에서 2.5%로 올린다. 토지분 종부세 대상 가운데 기업 사무실이나 공장 등에 딸린 별도합산토지분 세율은 일률적으로 0.2% 포인트씩 인상하고, 농지 등 종합합산토지분 세율은 과표구간별로 0.25∼1.0% 포인트 인상한다. 권고안이 현실화되면 참여정부 때 도입됐다가 이명박 정부 때 무력화됐던 종부세가 상당한 위상을 되찾게 된다. 특위 시뮬레이션 결과, 시가 10억∼30억 원 주택을 기준으로 할 때 1주택자의 종부세 부담은 최고 15.2%, 다주택자는 22.1% 늘어난다. 2019년 종부세 예상 세수는 3조265억 원으로 올해보다 1조 원가량 늘어나지만, 관심 대상인 주택분 증가액은 900억 원에도 못 미친다고 한다. 그렇더라도 공시가격 현실화 비율이 높아지는 마당에 공정가액비율이 해마다 오르고 세율까지 인상되면 실제 세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금액을 2천만 원에서 1천만 원으로 낮춘 것도 주목된다. 연간 이자·배당 소득이 1천만 원이 넘으면 다른 소득과 합쳐 6∼42%의 종합소득세율로 세금이 매겨진다. 2016년 기준으로 금융소득이 1천만∼2천만 원 구간에 있는 사람이 31만 명이었다고 하니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가 그만큼 늘어나는 셈이다. 고가 부동산 보유자의 세금을 올렸으니 과세형평상 고액의 금융자산가에게도 세금을 더 물려야 한다는 차원일 것이다. 1억5천만 원의 사업소득을 올리는 사람에게 2천만 원 가까운 금융소득이 있다면 세 부담이 264만 원 늘어난다고 한다.
특위는 권고안에서 종부세 누진율을 강화해 다주택자를 정조준했다. '똘똘한 한 채'로 불리는 고가 1주택에 대해서도 다주택과 마찬가지로 공정가액비율과 세율을 모두 올려야 한다고 권고했다. 현재도 고가의 1주택자에 세제상 여러 혜택을 주고 있는 마당에 추가로 혜택을 주는 것은 마땅하지 않다. 우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보다 보유세는 낮고 거래세는 높다. 보유세가 오르면 소득으로 세금을 감당할 수 없는 고가 주택 거주자가 집을 팔고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있도록 양도소득세나 취득세, 등록세 등 거래세를 손질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보유세 증세가 집값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 집주인이 보유세 인상분을 세입자에게 떠넘기지 않도록 후속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과세 대상자가 대폭 늘어난 만큼 조세저항도 예상된다. 고강도 부동산 안정화 대책으로 침체한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지 않도록 정책적 배려도 필요해 보인다. 소득 재분배와 공정과세 차원에서 이번 특위 권고안은 옳은 방향이지만 여러 부작용을 줄이는 노력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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