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팝스' 조승연 "언어공부는 문화생활과 같아"

입력 2018-07-04 06:30
'굿모닝팝스' 조승연 "언어공부는 문화생활과 같아"

프로그램 30주년…"어렸을 적 들은 프로그램"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어렸을 때 들으면서 영어 공부하던 프로그램 진행자가 되다니 '아 진짜 성공했다'는 생각이 들었죠."(웃음)

KBS 쿨 FM(89.1MHz) 간판 프로그램 '굿모닝팝스'가 올해로 30주년을 맞았다. 1988년 시작해 매일 아침 6시 팝송과 영화로 청취자들의 아침을 깨운 이 프로그램은 그 역사만큼이나 꾸준한 사랑을 받는다.

최근 이 프로그램 진행자 조승연(37) 작가와 서울 여의도에서 만났다.

"어렸을 때 어머니께서 '굿모닝팝스'를 항상 틀어놓으셨어요. 당시 진행자이신 오성식 선생님 목소리가 어린 시절 배경음악처럼 깔려있습니다. 제가 듣고 자란 프로그램을 30년 된 지금 진행하고 있다는 건 '금의환향' 같은 느낌입니다."

30년 동안 여러 진행자가 '굿모닝팝스'를 거쳐 갔지만 영화와 팝송을 소개하는 형식은 바뀌지 않고 이어진다.

조 작가는 "팝송이나 영화는 일상에서 쓰는 '자연어'의 샘플(표본)이다. 앞뒤 내용과 문화적인 맥락을 알아야 이해할 수 있다"며 "그 샘플을 가지고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는 진행자마다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조 작가는 이전 진행자들보다 영어 표현과 관련된 인문학적 지식과 문화적 배경을 더 많이 설명한다.

일요일에 진행되는 영시 코너 등은 조 작가가 진행을 맡은 뒤 새롭게 마련됐다.

"21세기의 미국 영어뿐만 아니라 영국, 호주, 캐나다 등의 다양한 영어를 듣는 것이 중요하죠. 길거리에 나가보면 여러 영어를 쓰거든요. 그래서 일부러 영시 코너도 마련하고 영국 팝송도 틀고 80년대, 90년대 팝송을 고르는 등 다양한 영어를 섞습니다."



조 작가는 '굿모닝팝스' 진행이 자신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털어놨다.

"제 친구들이 '박물관에서 먼지 털고 나온 사람 같다'고 할 만큼 저는 18∼19세기 책 등에 몰입해있는데 '굿모닝팝스'를 통해 올해의 히트곡을 들으면 제 사고방식을 100년 당기는 느낌이 들어요. 제 문화적 편식을 지양하게 해주는 좋은 식탁 같은 프로그램이죠."

제작진에게 전달되는 '굿모닝팝스' 청취자 의견 중에는 '어떻게 하면 영어를 잘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대부분이다.

4개 국어 이상을 하는 조 작가는 그 고민에 대해 '그 나라 사람이랑 이야기하고 싶은 욕망이 첫 번째'라며 '굿모닝팝스'가 외국어 공부를 위한 좋은 습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람과 소통하고 싶은 욕망이 우선되지 않은 채로 외국어 공부를 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해요. 어학 공부는 '벼락치기'가 안 되거든요. 콩나물시루에 물 붓는 것처럼 새 나간 것 같지만 어디선가 자라고 있는 것이 외국어 공부죠. 30∼40분씩 몇 년 하다 보면 갑자기 튀어나오게 돼 있어요."

가능한 한 오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싶다는 조승연 작가는 '굿모닝팝스'를 통해 청취자들이 영어가 암기과목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으면 좋겠다고 한다.

"언어공부는 문화생활과 같아요.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 '클래식 음악 잘 들을 거야'라고 생각하고 빠지진 않잖아요? 팝송 가사 내용이나 영화 명대사를 이해하고 그 안에 있는 걸 풀어나가는 과정이 영어공부라는 것을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어요."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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