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남편 얼굴 이식한 남자에게 빠져드는 여자
김경욱 소설 '거울 보는 남자' 출간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남편의 얼굴과 같은 이목구비를 지닌 남자를 마주치고 여자는 소스라치게 놀란다.
스스로 남편의 얼굴 이식 동의서에 서명했고 그 수혜자가 자신을 만나고 싶어 한다는 얘기도 들었지만, 막상 눈앞에 마주한 죽은 남편 얼굴은 여자를 혼돈에 빠뜨린다.
소설가 김경욱(47)은 신작 소설 '거울 보는 남자'(현대문학)에서 여성 화자가 죽은 남편 얼굴을 이식받은 남자에게 걷잡을 수 없이 끌리는 이야기를 불안하고 위태로운 목소리로 펼쳐나간다.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 '더 시크릿 플레이어'(the secret player)처럼 초현실주의적인 분위기로 쓰인 이 작품은 근래 나온 한국 소설들과는 사뭇 이질적이다.
빅토르 위고의 '웃는 남자' 주인공처럼 늘 입꼬리를 올린 채 웃던 남편과 달리, 그 얼굴만을 이식받은 남자는 입꼬리는 그대로인 채 눈매로만 웃는다.
남편과는 다른 눈동자 색깔에 다른 헤어스타일로 꽤 차이가 있던 남자의 인상은 까만 렌즈를 껴 눈동자 색깔이 같아지고 헤어스타일까지 같은 모양으로 바뀌면서 남편이 살아 돌아온 듯한 느낌을 준다. 여자는 늘 입꼬리로만 웃는 얼굴 뒤에 자신의 감정을 감춰온 남편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면서 같은 얼굴의 다른 남자에게 자신의 욕망을 투사한다.
"짐작했던들 뭐가 달라졌을까. 존재조차 모르던 두 개의 나란한 직선은 애당초 서로를 향하고 있었는데. 결국 한 번은 상대의 어둠에 자신의 어둠을 덧대는 순간이 오지 않을 수 없었는데. 직선 위에는 신이 없다는 말의 온전한 의미를 이제야 알겠어요. 만약 신이 있다면 뻗어 나가는 선이 꺾이는 점 위에 존재할 거예요. 사람들이 '신의 장난'이라고 부르는 바로 그 지점에." (95쪽)
작가는 이야기 다른 한 축으로 죽은 남편의 비밀에 관한 화자의 의심을 미스터리 형식으로 풀어간다. 여자는 남편에게 다른 사람이 있었을 거라고 짐작하고 남편의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풀려고 애쓴다. 결국 맞닥뜨린 진실은 역시 여자를 고통스럽게 한다.
작가는 이 소설을 쓰게 된 계기를 "시애틀의 한 신문에 실린 기사 때문"이라고 책 말미에 밝혔다.
"죽은 남편의 얼굴을 이식한 남자와 편지를 주고받은 여자. 너무나 소설적이어서 오히려 소설로는 쓸 수 없겠다 싶었던 기사의 무엇이 나를 무모한 시도로 이끌었을까."
월간 '현대문학'에 발표한 작품을 퇴고해 중편 또는 경장편 분량 소설로 출간하는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세 번째 작품이다.
164쪽. 1만1천2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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