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차바' 악몽에 울산 태화시장 상인들 '비상태세'

입력 2018-07-03 14:03
수정 2018-07-03 15:36
태풍 '차바' 악몽에 울산 태화시장 상인들 '비상태세'

모래 자루 쌓고 양수기 동원…태풍 '쁘라삐룬' 경로 예의주시



(울산=연합뉴스) 김근주 기자 = "잠이 안 옵니다. 잠이… 또 큰 비가 내릴까 봐 새벽에도 나와 가게를 둘러보고 있습니다."

제7호 태풍 쁘라삐룬(PRAPIROON·태국어로 '비의 신'이란 뜻)이 북상하면서 2년 전 태풍 '차바' 때 큰 피해를 본 울산 태화시장 상인들은 바싹 긴장하고 있다.

울산에 태풍주의보가 발효된 3일 낮 12시 태화시장은 비가 내리는 탓에 손님도 많이 없어 적막감이 돌았다.

몇몇 가게 앞에는 상인들이 미리 쌓아둔 모래 자루가 빗물을 맞고 있었다.

혹시나 물이 불어날까 봐 낮은 곳에 놓아둔 물건을 위쪽으로 옮기는 상인들의 모습도 보였다.

상인들은 삼삼오오 모여 태풍 피해를 걱정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이 시장에서 15년째 철물점을 운영해온 이모(57·여)씨는 "며칠 전부터 장마가 오면서 밤에 잠을 못 잔다"라며 "새벽에도 몇 번이고 일어나 가게를 둘러 본다"고 말했다.

이 씨 가게는 반지하 형태라서 걱정이 더 깊다.

옆에 있던 또 다른 상인은 "태풍이 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악몽을 꾼다"며 하소연했다.

차바 때 워낙 큰 피해를 겪다 보니, 아예 대비를 포기한 상인도 있다.

쌀집을 운영 중인 김모(51·여)씨는 "비가 많이 내리면 가게 밖으로 도피할 생각부터 한다"라며 "큰비가 오면 가게를 지킬 방법이 없다"고 호소했다.

이씨는 2년 전 태풍 때 한꺼번에 불어난 물 때문에 가게 안에 갇혔다가 다른 상인이 유리창을 깨 준 덕분에 겨우 탈출했다.

맞은편 옷가게 주인 이모(55·여)씨 역시 "그때처럼 비가 내리면 손쓸 수가 없다"라며 "이번 태풍 경로가 차바와 비슷한 것 같아 설마, 설마 하면서도 불안하다"고 말했다.



태화시장상인회는 수시로 태풍 대비 방송을 하고, 점포를 돌면서 대비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박문점 상인회장은 "상가 지하로 물이 들어찰 것을 대비해 동 주민센터에서 양수기를 일부 지원했다"라며 "그래도 많은 비가 내리면 큰 피해가 생길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2016년 10월 태풍 차바 때 이 지역은 시간당 139㎜의 비가 쏟아부으면서 빗물이 한꺼번에 들이닥쳐 300여 개 점포와 노점이 대부분 물에 잠겼다. 지형이 낮은 데다가 태화강과 인접해 빗물이 모이면서 사람 목까지 빗물이 차올랐다.

상인과 주민들은 시장 위쪽에 있는 혁신도시가 빗물 처리 시절 등을 제대로 갖추지 않았고 배수로 확충 등 예방을 제대로 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며 한국토지공사(LH)와 울산시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울산은 4일 새벽까지 최대 150㎜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cant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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