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소수민족 학부모, 대입제도 변경에 집단 반발…베이징서 시위
지방출신 소수민족 우대 제도, 시험 한달 앞두고 폐지
'정부 청사앞 시위' 이례적 묵인 …'소수민족 탄압' 여론 우려한 듯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베이징(北京)시 중심부에 있는 중국 교육부 청사 앞에서 2일 오전 대입 수험생 학부모 수백명이 당국의 갑작스런 대입제도 변경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베이징 시내, 그것도 정부 청사 앞에서의 시위는 매우 이례적이다.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시위 참가자들은 중앙민족대학 부속고등학교 학생의 학부모들이다.
이 학교에는 전국 각지 출신의 소수민족이 다닌다. 국가 주석을 비롯한 공산당 지도부의 집무실이 있는 중난하이(中南海)에서 불과 1㎞ 떨어진 정부 청사 앞에서 벌어진 시위지만 당국은 시위에 강경대응하지 않았다, 소수민족을 '탄압'한다는 인상을 줄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시위 참가자들은 "공평한 교육!"과 "민족차별 반대"릉 연호했다. 민족의상 차림으로 참가한 사람도 많았다.
시위의 발단은 갑작스런 대입제도 변경이었다. 중국 대학은 현지에 호적을 둔 학생을 우대하는 제도를 두고 있다. 시위 참가자들에 따르면 민족대학 부속고교 학생은 지방 출신이라도 베이징에 할당된 몫으로 시험에 응시할 수 있어 많은 학생들이 고교에 입학할 때 베이징으로 옮겨온다. 베이징대와 칭화(淸華)대 등 명문대학에 들어가기가 지방에서 응시하는 것보다 쉽기 때문이다.
그런데 입시를 한달여 앞둔 4월 말 교육부가 갑자기 제도변경을 발표했다. 민족대학 부속학교 수험생에게는 베이징 몫을 적용하지 않기로 하는 바람에 합격자수가 제한되게 됐다. 학부모들은 학교와 교육부에 갑작스런 제도변경을 철회하라고 요구했지만 상황에 변화가 없는 채 대입시험인 '가오카오'(高考)를 치르고 지난주말 원서접수도 끝났다. 학부모들은 "원래대로 라면 더 좋은 대학에 갈 수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위구르족 학생의 한 학부모는 "제도를 바꾸더라도 새로 입학하는 학생부터 적용해 3년 후에 시작해야 하는거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베이징 대학에 들어갈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 멀리서 와서 3년간 공부했는데 시험 직전에 제도를 바꾸다니 해도 너무 한다"며 분개했다.
아사히는 당국이 베이징시 중심부에서 벌어진 시위를 묵인하고 있는 건 공산당 체제의 변혁을 요구할 위험성이 없는데다 거칠게 단속할 경우 소수민족의 반감을 사 사회불안요인이 될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한족(漢族)들 사이에선 "소수민족을 너무 우대한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2015년 베이징 몫으로 베이징대와 칭화대에 합격한 수험생의 14%를 민족대학 부속고교가 차지해 몫을 빼앗긴 꼴이 된 베이징에 호적을 둔 수험생 학부모들이 교육부에 항의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민족학교에 대한 우대는 원래 빈곤지역의 소수민족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지만 2015년 수험생 중 가난한 농촌출신 학생은 6%에 그쳤다. 나머지는 대부분 도시지역 출신인 것으로 밝혀졌다. "출신지에서 교육을 충분히 받은 엘리트들을 끌어들이고 있을 뿐"이라는 비판이 갑작스런 제도변경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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