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단축] "일찍 집에 가려니 어색해 영화보러 왔어요"

입력 2018-07-02 20:08
[근로시간 단축] "일찍 집에 가려니 어색해 영화보러 왔어요"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3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된 이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근무일인 2일 오후 6시께 직장인이 밀집한 여의도의 한 멀티플렉스 극장을 찾았다.

이날 서울에 온종일 장맛비가 쏟아진 데다 태풍 '쁘라삐룬'이 북상한다는 소식 때문인지 1시간 이상 매표소 앞을 지켰지만, 오히려 평소보다 관객은 많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평일 이 시간 극장에서 좀처럼 찾아볼 수 없던 노타이 정장 차림 직장인이 이날은 꽤 눈에 띄었다.

직장인 김정훈(가명) 씨는 "올해까지는 주 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하지 않아도 되지만 회사가 선제 도입하기로 했다"며 "퇴근하고 일찍 집에 가려니 어색해서 영화라도 보려고 극장에 왔다"고 말했다.

김 씨는 "마지막으로 본 영화가 전 여자친구와 본 '택시운전사'였다"며 "앞으로 일찍 퇴근하면 자주 영화를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여자친구와 함께 영화를 보러 온 이동현 씨 역시 "300인 이상 사업장이 아니지만 근무 시간을 줄이는 분위기다 보니 회사가 유연근무제를 도입해 일찍 퇴근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여자친구가 아직 학생이라 제 퇴근 시간에 맞춘다고 오래 기다리는 일이 많았는데 앞으로는 약속을 잡기가 편해질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극장뿐 아니라 대학로의 극장에도 직장인 관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을 공연 중인 공연전문회사 '연극열전'은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에 발맞춰 6월부터 직장인을 대상으로 티켓 가격을 20% 할인하는 '야근 넘어 도망친 직장인 할인' 프로모션을 도입했다.

주 52시간 근무 도입 전인 지난주 월요일과 비교할 때 2일 '야근 넘어 도망친 직장인 할인' 티켓 예매율은 약 36.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연극열전' 관계자는 "주 52시간 근무 도입과 함께 직장인 할인 티켓 판매가 대폭 증가한 것으로 볼 때 근로시간 단축이 공연 관객 증가에 미치는 영향이 분명히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주 52시간 근무가 정착돼 공연계 주 타깃인 25∼35세를 넘어 관객 저변이 더 확대되기를 기대한다"며 "앞으로 직장인을 대상으로 홍보를 강화하고 더 다양한 프로모션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kind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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