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폐쇄적 난민정책 호평한 프랑스 대사 전격 경질
마크롱 대통령, 푸르니에 주헝가리대사 외무부로 소환
푸르니에, '오르반 총리에 대한 공격은 서방언론의 조작' 주장
탐사보도 매체가 입수해 보도…프랑스서 비난 여론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헝가리 빅토르 오르반 총리의 폐쇄적인 난민정책에 찬사를 늘어놓고 프랑스와 영국 언론들이 여론을 호도한다고 비난한 프랑스 대사가 전격 경질됐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최근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의 난민정책에 찬사를 보낸 메모를 쓴 당사자인 에릭 푸르니에 주헝가리 대사에 대한 교체인사를 단행했다고 프랑스 언론들이 2일(현지시간) 전했다.
푸르니에 대사는 소환된 뒤 프랑스 외무부에서 다른 직무로 배치받을 예정이다.
앞서 그는 한 대외비 문서에서 이민·난민정책에서 헝가리를 '모델'이라고 추켜세우고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포퓰리스트라고 공격받는 것은 서방언론의 조작이라고 주장했다.
푸르니에 대사는 또한 오르반 총리가 유럽에서 반(反)유대주의자로 공격받는 것은 프랑스 언론이 프랑스 내 무슬림(이슬람교도)들의 "진정한 반유대주의"로부터 밖으로 관심을 돌리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런 내용은 대외비 메모에 적혀 있었는데 프랑스의 탐사보도 매체 메디아파르가 이를 입수해 보도하면서 프랑스에서 비난 여론이 일었다. 이 비공개 메모는 지난 6월 18일 자로 프랑스 대통령실인 엘리제 궁에도 보내졌다고 한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브뤼셀 유럽연합(EU) 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 푸르니에 대사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대사가 그런 견해를 공개적으로 표명했다면 바로 경질됐을 것"이라며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는 헝가리 대사의 경질을 예고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강력하고 통합된 유럽연합을 지지하는 마크롱은 그동안 EU에 적대적이고 폐쇄적인 난민·이민정책을 추진해온 오르반 총리에 대해 강한 경계심을 드러내 왔다.
'난민·유럽연합 반대'를 기치로 내건 오르반 총리가 4선에 성공한 것과 관련해 마크롱은 지난 4월 첫 유럽의회 연설에서 "우리가 민주주의에 대한 염원을 포기하면 잘못된 길로 들어서게 될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권위주의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가 연설에서 헝가리 등 특정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연설은 헝가리·이탈리아·폴란드 등에서 포퓰리즘이나 극우성향 정치세력이 득세한 것에 대한 강력한 경고음으로 해석됐다.
yongla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