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촌 상인들 "피 터지게 상권 일구니 건물주가 쫓아내" 주장
총리실 '젠트리피케이션' 상인 간담회…현장애로 청취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예전에는 서촌 상가 임대료가 쌌어요. 음식을 싸게 팔고, 진짜 열심히, 피 터지게 경쟁하면서 상권을 일궈났더니 건물주가 쫓아내네요."
서울 종로구 서촌에서 가게를 운영하다 임대료 상승으로 부암동으로 옮긴 A사장이 울분을 토하며 한 말이다.
국무총리비서실 민정실은 2일 서촌의 한 식당에서 '젠트리피케이션 상인 간담회'를 개최했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부동산 개발의 여파로 원주민이 터전에서 밀려나는 현상을 뜻한다.
민정실은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부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지난달 26일 사회복지단체 간담회를 개최한 데 이어 이날 서촌 상인·맘상모(마음 편히 장사하고 싶은 상인들의 모임) 관계자 등 10여명과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는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데 목적을 둔 만큼 상인 8명이 돌아가면서 사정을 말했다.
이들은 얼굴과 이름이 알려지면, 다른 가게를 얻는 데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며 익명을 요구했다.
B사장은 "계약 기간 5년이 다 돼서 건물주 집에 찾아가 먼저 월세를 올려드린다 했더니 '건물 새로 지으면 월세가 1천500만원'이라며 나가라고 했다"며 "가게 자리 잡는 데만 3년이 걸렸고, 이제 2년간 수익을 냈더니 나가라고 한다"고 호소했다.
C사장은 "건물주가 나가라고 하는 것은 통상 가게가 잘 될 때"라며 "월세를 4배, 5배까지 올리거나, 장사가 잘 되는 걸 보고 건물주가 똑같은 사업을 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이어 "건물주들은 '재산권 침해'라고 하는데, 임차인들은 유일한 수익인 권리금마저 빼앗기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D사장 역시 "건물주가 적정선을 제시하면서 월세를 올려달라 하면 해 줄 수 있는데, 아예 그런 말도 없이 '내가 장사할 테니 비워라'라고 말한다"며 "법으로 그렇게 돼 있다고 하니, 이사비용 준다고 할 때 나올 수밖에 없다"고 억울함을 표현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임대료 문제로 갈등을 빚던 건물주를 폭행했다 구속된 '본가궁중족발' 사장의 아내도 참석했다.
그는 "있으나 마나 한 법 때문에 이렇게 됐다"며 "우리 상인들이 제일 서민이다. 밑바닥에 있는 사람들이 잘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맘상모 관계자는 ▲ 환산보증금 제도 폐지 ▲ 기간에 제한 없는 계약갱신 요구권 보장 ▲ 월세 인상률 상한제한 현실화 ▲ 재건축 시 임차상인 영업가치 보상 ▲ 권리금 회수기회의 온전한 보장 ▲ 구속력 있는 상가임대차 분쟁조정위 설치 등 제안사항을 설명했다.
남평오 민정실장은 "자영업자들이 극한 상황으로 몰리면 빈곤층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기에 각별히 유념해서 들었다"며 "앞으로도 이낙연 총리의 국정 화두인 '중산층 복원'에 도움이 되도록 민생 현장을 찾아다닐 것"이라고 말했다.
간담회에는 법무부 법무심의관, 중소벤처기업부 상생협력정책관, 국토교통부 부동산산업과장, 서울시 공정경제과장도 참석해 의견을 청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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