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 딛고 록스타 된 세카이노오와리
"'세상의 끝'이라는 밴드 이름, 시작점 잊지 않게 해주죠"
29일 사운드시티로 내한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일본의 인기 록밴드 '세카이노오와리'라는 이름은 '세상의 끝'이라는 뜻이다.
겉멋에 지은 이름이 아니다. 보컬이자 프로듀서인 후카세 사토시는 초등학교 때부터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를 앓았다. 이후 정신병이 발병했다. 미국에서 유학하던 고등학생 시절 병이 악화하자 귀국해 정신병원 폐쇄병동에 입원했다. 1년여 지나 통원 치료를 하며 의대 입시를 준비했지만 좌절하며 몸과 마음에 병이 재발했다.
세카이노오와리 음악은 이처럼 세상의 끝까지 내몰린 순간 시작됐다. 2005년께 후카세와 어린 시절 소꿉친구 나카지마 신이치(기타), 후지사키 사오리(피아노), 러브(DJ)가 모여 음악으로 자신을 치유했다. 그리고 2015년 일본 최대 공연장인 닛산스타디움에서 이틀간 14만석을 동원하는 팀으로 성장했다.
이 독특한 밴드를 3일 이메일로 만났다. 이들은 오는 29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리는 음악 축제 '사운드 시티'(Sound City) 무대를 앞뒀다. 인터뷰에는 후카세가 응했다.
그는 "처음 밴드를 결성했을 때부터 이름은 '세카이노오와리'였다. 정말 세상의 끝이라고 느낄 만큼 어려움을 겪은 후였기 때문에 그렇게 지은 것"이라며 "모든 것을 잃어버린 그 시점에 다시 일어서야 했고, 그때 줄곧 저를 응원해준 친구들과 음악을 시작했다. 우리가 어디서 시작했는지 상기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의미가 담긴 이름"이라고 설명했다.
인디 음악계에서 주목받던 세카이노오와리는 2010년 싱글음반 '환상의 생명'으로 정식 데뷔했다. '하얀 병원에서 숨진 환상의 생명을/ 잠 못 드는 밤 꿈속에서 만났으면 하고 푸른 달에 기도해'라는 가사는 후카세가 겪은 아픔을 엿보게 한다.
이후 작품에서 이들은 평화, 죽음, 판타지, 우주 등 다양한 주제를 다뤄왔다. 형식 면에서도 팝, 록, 전자음악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었다.
후카세는 "우리 음악이 뭔가 중요한 것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평범한 우리 삶에서 느끼는 것에 대해 노래를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울한 주제를 노래하면서도 무대는 화사하게 꾸미는 경향에 대해선 "삶에서 어떤 장면을 꺼내봤을 때 그 속에는 기쁨이나 슬픔만이 아닌 여러 면이 담겨 있다"며 "그래서 우리 노래와 뮤직비디오도 여러 면을 담은 것"이라고 말했다.
세카이노오와리는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2016년 지산 밸리록 페스티벌, 2017년 단독 콘서트에 이어 '사운드시티'가 세 번째 내한이다.
올해 2월에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모티프로 한 노래 '산다화'를 냈으며, 지난달에는 힙합그룹 에픽하이와 함께 신곡 '슬리핑 뷰티'(Sleeping Beauty)를 발표했다. 이들은 2016년 내한 당시 MBC FM4U '테이의 꿈꾸는 라디오'에 출연해 친분 있는 한국 연예인으로 에픽하이를 꼽았다. 에픽하이는 2017년 세카이노오와리 첫 번째 단독 내한 콘서트에 참석해 뒤풀이를 함께했다.
후카세는 "직접 만나기 전부터 에픽하이를 무척 좋아했다"며 "특히 '본 헤이터'(BORN HATER) 뮤직비디오를 처음 봤을 때 전율을 느꼈을 만큼 그들의 스타일을 정말 좋아한다"고 털어놨다.
이어 "한국에 다시 가게 돼 신난다. 작년 한국 공연에서 관객들이 우리 응원봉을 들고 있었는데 정말 아름다웠다. 공연 내내 얼마나 에너지가 넘쳤는지 생생하게 기억한다"며 "부디 공연 때까지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clap@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