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대만 美대사격, "특정상황서 대만 돕지 않을 수도" 발언 논란
(타이베이=연합뉴스) 김철문 통신원 = 중국의 반대에도 미국이 대만을 지지하는 것은 변함이 없지만 특정상황에서는 지지를 철회할 수 있다는 미국 고위 당국자의 발언이 나오면서 대만이 들끓고 있다.
미국재대만협회(AIT) 타이베이 사무처의 킨 모이(梅健華) 처장(주대만 미국대사격)은 2일 이임 인사를 겸해 대만 중앙통신과 한 인터뷰에서 "대만이 어려움에 처하면 미국이 돕겠지만 특정상황에서는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말 또 다른 인터뷰에서 밝힌 "대만이 곤경에 처하면 미국은 반드시 도울 것"이라는 발언을 추가 설명하며 이같이 밝혔다.
모이 처장은 자신의 발언이 미국의 대만 입장 지지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명하며 특정 상황에서 미국이 대만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특정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모이 처장의 발언을 두고 대만에서는 미국이 무역, 남중국해 등을 놓고 중국과 대립하면서 대만을 '카드'로 쓰겠다는 의도를 내비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대만 민진당 정부의 독립노선이 심화돼 중국이 대만해협에서 무력 동원을 현실화할 경우 미국이 대만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은 최근 차이잉원(蔡英文) 정부가 '하나의 중국' 원칙 인정을 거부하는데 대해 무력 침공 가능성까지 내비치며 양안의 공식 관계를 동결시킨 상황이다.
하지만 모이 처장은 미국이 자국 이익을 위해 입장을 바꿀 것이라고 우려하는 시선에 대해 9년여 만에 준공한 AIT 네이후(內湖) 신청사가 미국과 대만의 밀접한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오는 9월 AIT 신청사 현판식에는 미국의 고위 당국자가 참석해 최근 미국·대만 관계를 공식화하는데 더욱 힘을 실어줄 것으로 예상된다. 또 미국 국무부가 AIT 신청사 경비를 위해 미 해병대의 대만 파견을 요청했다고 CNN 방송이 최근 보도하기도 했다.
이임하는 모이 처장은 홍콩에서 태어나 중국어에 능통한 중국계 미국인 외교관으로 이달 중순 3년 임기를 마치고 미 국무부로 복귀할 예정이다.
후임으로는 2015년까지 AIT 부처장을 지냈던 윌리엄 브렌트 크리스텐슨이 내정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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