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기촉법 금융기관협약으로 임시방편…"재입법 추진"

입력 2018-07-02 10:00
사라진 기촉법 금융기관협약으로 임시방편…"재입법 추진"

워크아웃 대상 C등급 기업 법정관리로 갈 우려

정부 "기촉법은 경제의 방파제…일자리 위해 간곡히 부탁"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 부실기업의 '워크아웃(채권단 공동관리)' 제도를 뒷받침하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하 기촉법)이 사라졌다.

정부는 모든 금융기관이 참여하는 '기업 구조조정 운영협약'을 만들어 빈틈을 메우는 한편, 기촉법의 재입법을 추진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2일 금융감독원과 각 금융협회 등이 참석한 관계기관 회의를 열어 기촉법 일몰에 따른 후속 조치를 논의했다.

기촉법은 2001년 제정돼 5차례 한시법으로 운영됐다. 그동안 3차례 실효 기간이 있었고, 지난달 30일 법의 효력이 만료돼 이번이 4번째 실효기다.

채권단의 75%만 동의하면 워크아웃을 진행할 수 있는 기촉법이 사라지자 당장 채권단의 신용위험평가에서 워크아웃 대상인 'C등급'으로 분류된 회사가 법정관리로 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모든 금융권, 즉 채권금융기관 전체가 자율적으로 참여한 운영협약을 만들어 워크아웃 대상 기업을 최대한 공동 관리하기로 했다.

기존의 채권은행협약은 은행권만 포괄하는 반면, 이번에 마련되는 운영협약은 모든 금융권을 포괄한다. 다만 기촉법 적용 대상이던 일반 금융채권자는 협약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금융위는 이번 주 중 태스크포스(TF)와 실무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협약안을 마련하고, 각 협회를 통해 금융회사들이 협약에 가입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채권은행 중심의 자율적 구조조정과 신용위험평가가 계속 이뤄질 수 있다고 금융위는 설명했다.

다만 이 같은 운영협약도 "기촉법을 완벽하게 대체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고 이날 회의를 주재한 김용범 부위원장은 말했다.

김 부위원장은 "기업 구조조정은 일자리에 큰 영향을 주는 내 가족, 내 이웃의 일"이라며 기촉법 재입법이 일자리에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촉법은 위기에 대비한 우리 경제의 방파제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며 기촉법의 재입법을 위해 "(국회의) 적극적인 관심과 검토를 다시 한 번 간곡히 부탁한다"고 했다.

기촉법은 금융당국이 채권단을 통해 시장 중심의 구조조정에 개입하는 '관치(官治) 금융'의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정치권 등에서 비판이 제기돼왔다.

김 부위원장은 "기촉법 제·개정 과정을 통해 기업의 재판청구권 보장, 기업에 워크아웃 개시신청권 부여, 채권행사유예 등 금융당국의 개입요소 폐지했다"고 반박했다.

그는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환자(기업)를 치료하려면 다양한 치료법이 있어야 한다"며 "환자별 증상에 따라 대응할 맞춤형 치료법을 준비해 둬야지, 오·남용을 우려해 약(기촉법) 자체를 폐기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zhe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