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수바시치-슈마이켈, 11m 게임에서 둘다 승자였다

입력 2018-07-02 06:57
수정 2018-07-02 09:52
[월드컵] 수바시치-슈마이켈, 11m 게임에서 둘다 승자였다



크로아티아-덴마크 16강전서 '거미손 명승부' 펼쳐져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전반적인 경기 내용 자체는 지루하기 짝이 없었지만 두 수문장이 벌인 맞대결만큼은 명승부로 손색이 없었다.

크로아티아는 2일(한국시간) 러시아 니즈니 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16강전에서 덴마크와 전·후반과 이어진 연장전을 1-1로 비긴 채 마쳤다.

두 팀의 대결은 경기 시작부터 불꽃을 튀겼다. 호루라기가 울린 지 불과 4분 만에 한 골씩을 주고받았다.

크로아티아의 다니옐 수바시치는 경기 시작 1분 만에, 덴마크의 카스페르 슈마이켈은 4분 만에 골을 허용했다.

하지만 이후 이어진 116분 동안 두 골키퍼는 철통 같았다. 양 팀 합쳐 37개의 슈팅이 쏟아졌지만, 추가 골은 어느 쪽 골문에서도 나오지 않았다.

특히 덴마크의 슈마이켈은 연장 후반 팀의 영웅으로 등장했다.

연장 후반 11분 페널티킥에서 크로아티아의 '에이스' 루카 모드리치의 슛 방향을 정확하게 읽어내고 공을 막아냈기 때문이다.

연장 후반 막판이었기에 골이 들어가면 그대로 승부가 끝이 나는 상황이었다.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세계적인 골키퍼 피터 슈마이켈은 아들이 결정적인 선방을 펼치자 자랑스러운 듯 격하게 환호하는 모습이 TV 화면에 포착됐다.

슈마이켈의 이 선방으로 덴마크는 승부를 승부차기로 끌고 갔다. 승부차기에서는 수바시치의 활약이 슈마이켈에게 전혀 뒤지지 않았다.

첫 번째 키커 순서부터 두 골키퍼의 선방이 펼쳐졌다.

선축한 덴마크의 첫 키커로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나왔지만, 수바시치의 선방에 막혔다.

그러자 크로아티아의 첫 키커 밀란 바델의 슈팅을 슈마이켈이 보란 듯이 막아냈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두 번째와 세 번째 키커는 두 팀 모두 성공했지만 네 번째 키커에서 다시 두 팀 골키퍼의 선방이 빛났다.

덴마크의 네 번째 키커 라세 쇠네의 슈팅을 수바시치가 몸을 날려 막으며 승리를 눈앞에 두는 듯했다.

그러자 슈마이켈은 요시프 피바라치의 슈팅을 막아내며 또 한 번 결정적인 선방을 펼쳤다.



마지막 키커에서 결국 승부가 갈렸다.

수바시치가 덴마크의 니콜라이 예르겐센이 주저한 끝에 가운데로 찬 공을 침착하게 막아냈지만 슈마이켈은 이반 라키티치의 슛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몸을 던졌다.

여기서 두 팀의 희비가 갈렸다. 8강 진출 티켓은 크로아티아가 가져갔다.

수바시치가 5번의 승부차기에서 3번의 슈팅을 막아내는 신들린 활약으로 크로아티아에 승리를 안겼지만 슈마이켈이 결코 패한 경기가 아니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경기 후 최우수선수 격인 맨 오브 더 매치(MOM)에 슈마이켈을 선정할 정도로 슈마이켈은 영웅적인 활약을 펼쳤다.

11m 심리 게임에서 두 골키퍼는 모두 승자였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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