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무명 마침표 KPGA선수권 제패 문도엽 "PGA 우승 꿈은 여전"
(양산=연합뉴스) 권훈 기자= "골프를 처음 시작할 때 꿈꿨던 PGA투어 대회 우승이라는 포부는 변하지 않았다"
1일 경남 양산 에이원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제61회 한국프로골프(KPGA)선수권대회에서 연장 접전 끝에 우승한 문도엽(27)은 "누구나 골프 선수라면 PGA투어 우승을 꿈꾸지 않느냐. 나 역시 마찬가지고 그 꿈을 포기한 적이 없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문도엽은 2013년부터 KPGA 코리안투어에서 뛰었지만 아무도 알아주는 이 없는 무명 신세였다.
그도 그럴 것이 6년 동안 준우승 두번 뿐 이렇다 할 성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두번 준우승 모두 최종 라운드에서 치열한 우승 경쟁 끝에 남긴 게 아니다.
일찌감치 타수를 크게 줄여놓고 보니 2위에 오른 경우였기에 팬들의 뇌리에 남은 게 없다.
문도엽은 "연습장에서도 내가 프로 골프 선수라고 알아봐주는 사람이 잘 없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이번 KPGA선수권대회에서 문도엽은 나흘 내내 선두권을 달리며 팬들의 눈도장을 확실하게 찍었다.
문도엽은 "꿈만 같다. 우승 기자회견을 하는 것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우승의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사람들이 이제 날 알아보면 기분 좋고, 또 신기할 것 같다"는 문도엽은 "우승해서 가장 좋은 건 5년 정규직이 된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5년 정규직'은 이 대회 우승자에게 주는 코리안투어 5년 시드를 뜻한다. 이 대회 우승자는 상금 2억원과 5년 시드, 그리고 10월에 제주에서 열리는 PGA투어 더CJ컵 출전권을 준다.
문도엽은 "2억원이라는 큰 상금도 좋지만 더CJ컵 출전권이 두번째로 반갑다"고 밝혔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무명 시절에도 더 큰 무대로 나아가겠다는 포부를 버리지 않았던 문도엽에게 PGA투어 더CJ컵 출전 기회는 꿈을 향해 도약할 발판이라는 생각에서다.
문도엽은 "컷이 없는 대회니까 20위 이내에만 들겠다는 각오"라고 더CJ컵 출사표를 일찌감치 내놓았다.
2라운드에서 선두로 올라섰던 문도엽은 전날 3라운드에서 고전 끝에 1타차 불안한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맞았다.
3라운드를 마친 뒤 태풍 영향으로 최종 라운드가 취소되면 앉아서 생애 첫 우승을 거두게 될 수 있다는 말에 "정정당당한 챔피언이 되고 싶다"던 문도엽은 연장전까지 치르는 천신만고 끝에 우승하자 "4라운드를 다 치러서 우승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초반부터 선두 자리를 내줘 18번홀까지 김봉섭(35)에 1타 뒤져 있었지만 김봉섭이 18번홀 티샷 실수를 저질러 2타를 잃은 덕에 연장전에 나갈 수 있었다.
"끝까지 즐기면서 4라운드를 치르자고 캐디에게 말했고 마음을 내려놓고 경기하면서, 내 플레이에 집중하면서 포기하지 않았던 게 우승으로 이어졌다"는 문도엽은 "마지막 홀에서 먼저 친 김봉섭 선수의 티샷이 해저드에 빠진 걸 티잉 그라운드에서는 몰랐다. 알았다면 나도 티샷을 잘 치지 못했을 지 모른다"고 설명했다.
문도엽은 연장전에서도 질 뻔했다. 첫번째 연장전에서 한창원의 5m 버디 퍼트가 홀에 들어갔다가 튕겨 나왔다.
"볼이 홀로 똑바로 굴러오길래 끝났나 보다 했다. 그런데 돌아나가길래 우승은 신이 점지해주는 건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문도엽은 "일단 승부를 연장전까지 끌고 왔기 때문에 져도 준우승이니 값진 결과라 생각했다. 부담없이 자신 있게 하자는 마음이어서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시드 걱정이 없어졌으니 갖고 있는 아시아투어 시드를 활용해 아시아투어로 병행할 뜻이 있다"는 문도엽은 "전보다 확실히 실수가 줄고 기복이 덜해졌으니 올해는 대상 경쟁에서 3위 이내에 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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