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뒷돈·시신탈취' 핵심인물 영장 잇단 기각…수사차질 우려

입력 2018-07-01 19:11
'삼성 뒷돈·시신탈취' 핵심인물 영장 잇단 기각…수사차질 우려

112 신고 브로커·6억 받은 노조원 부친 줄줄이 신병확보 실패

조사내용 삼성에 보고 정황도…검찰 "도주전력 피의자 영장기각 유감"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노조탄압에 반발해 2014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원 고 염호석(당시 34세)씨의 '시신 탈취'를 둘러싼 검찰 수사가 벽에 부딪혔다.

검찰은 당시 '시신 탈취'를 적극적으로 도왔다는 의심을 받는 브로커 이모씨와 호석씨 아버지 염모씨의 신병을 확보해 시신을 둘러싼 뒷거래의 전모를 밝힐 계획이었다. 그러나 두 사람의 구속영장을 법원이 잇따라 기각하면서 수사에 속도조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호석씨 '시신 탈취'는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의혹 수사가 시작될 때부터 진상규명이 필요한 핵심적 의혹으로 꼽혀왔다. 노조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당시 경찰이 삼성과 결탁해 '시신 탈취'를 도왔는지 확인해달라며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에 진정서를 낸 상태다.

삼성전자서비스노조 양산분회장이던 호석씨는 2014년 5월 "지회가 승리하는 날 화장해달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노조는 호석씨 장례를 노동조합장으로 치를 계획이었으나 부친 염씨가 갑자기 가족장을 치르기로 마음을 바꿨다.

염씨가 시신을 서울에서 부산으로 운구하는 과정에서 경찰 병력 300여명이 투입돼 노조원을 제압했고 나두식 지회장 등 노조 간부들이 장례식을 방해한 혐의로 구속됐다.

장례 형식이 돌연 바뀌고 경찰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등 미심쩍은 대목이 많았다. 나 지회장 등의 재판에서도 삼성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으나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올해 4월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의혹 수사를 시작한 검찰은 염씨가 삼성전자서비스로부터 6억원을 받은 뒤 마음을 바꿨고, 유족 대신 112에 신고해 경찰을 출동시킨 브로커 이모씨 역시 삼성으로부터 수천만원의 뒷돈을 수수한 정황을 파악했다.

검찰은 나 지회장 재판에서 "삼성 관계자를 만난 적이 없다"고 거짓 진술을 한 혐의로 이달 초 이씨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이씨에게 거짓 진술을 시키고 자신도 같은 재판에서 위증한 혐의를 받는 염씨는 지난 4월 한 차례 검찰 조사를 받은 이후 연락을 끊은 채 잠적했다.

검찰은 염씨가 출석 요구에 불응하는가 하면 최근 검찰조사 내용을 삼성 측에 보고하는 등 '시신 탈취'를 둘러싼 진실을 계속 은폐하려 한 정황을 포착하고 지난달 28일 체포했다.

법원은 그러나 지난달 30일 염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위증 혐의를 시인하고 있고 위증교사 혐의에 관해 향후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법원은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볼 사정도 뚜렷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검찰에서는 상당 기간 잠적하며 소환 조사를 거부해온 염씨의 구속영장 기각 사유로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노조파괴 공작 은폐에 적극 가담했고, 사회적 비난마저 이어지자 도피생활을 해 어렵게 신병을 확보했는데 이미 도망했던 사람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돼 상당히 유감"이라고 말했다.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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