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美 수입차부품 25% 관세 땐 현지 생산비 10%↑"
현대·기아차, 美 상무부에 '무역법 232조' 의견서 제출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윤보람 기자 = 미국 정부가 수입 자동차부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면, 현대차[005380]의 미국 공장 생산비용이 연간 약 10%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는 이럴 경우 수익성이 악화하고 차량 판매가 감소해 결국 미국 내 현대차 관련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며 관세 부과 움직임에 우려를 표시했다.
1일 현대차가 미국 상무부에 제출한 '무역확장법 232조 수입차 안보영향 조사에 대한 의견서'에 따르면, 현대차는 이런 이유를 들어 자사의 수입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이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현대차는 수입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에 대한 25% 관세 부과가 현실화할 경우 미국 내 고용에 미치는 악영향이 막대하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팔리는 현대차 차량의 절반 가까이가 현지에서 만들어지는데, 생산비용이 늘면 차량 가격이 인상되고 결국 판매 감소와 수익성 악화로 이어져 고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공장 생산직뿐 아니라 미국 전역에 있는 835개 대리점(dealerships)에서 고용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에서 현대차가 협력사와 함께 직접 고용한 인력은 2만5천명이며, 대리점을 통해 간접 고용한 인력은 4만7천명이다.
현대차는 미국 내 사업이 어려워지면 현지에서 진행하려던 투자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러면서 "현대차는 협력사와 함께 2021년까지 5년간 미국에서 수십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지금까지 미국에 83억달러를 투자했으며, 지난 5월에는 앨라배마 공장의 엔진헤드 제조설비 증설 등을 위해 3억8천800만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기아차[000270] 역시 미 상무부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같은 내용을 강조했다.
기아차는 수입 자동차부품에 25%의 관세가 부과될 경우 조지아 공장의 생산비용이 연간 10%가량 증가함에 따라 수익성 악화와 판매 감소, 고용 위축 등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기아차는 미국에서 판매하는 자동차의 3분의 1을 현지에서 생산하고 있다.
미국 내 협력사와 함께 직접 고용한 인력은 2만5천명, 775개 대리점을 통해 간접 고용한 인력은 3만8천명이다.
기아차는 또 지금까지 미국에 77억달러를 투자했고 앞으로 수십억달러를 추가로 투자할 계획이 있다면서 "수입차에 대한 높은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이 계획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밖에 현대·기아차는 최근 미국 내 판매가 줄었을 뿐 아니라 미국 자동차업체들과 주력 차종이 달라 자사 제품이 미국 안보를 저해하지 않는다는 점을 의견서에 공통으로 적시했다.
현대·기아차의 판매가 세단 중심인 것과 달리 미국 자동차업체들은 스포츠유틸리티차(SUV)나 픽업트럭 위주로 판매하기 때문에 직접적인 경쟁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울러 현대·기아차는 미국 자동차 산업이 수입 자동차로 인해 위협받지 않고 수입차에 대한 규제 없이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의견서에 인용된 시장조사기관 등의 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자동차 생산은 2009년 570만대에서 2017년 1천120만대로 95% 증가했다.
설비 가동률은 2012년 이후 75% 이상을 유지하고 있으며 올해 1분기 기준으로는 80% 이상까지 올랐다. 이런 추세는 2021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 생산직 고용은 2009년 14만6천400명에서 올해 3월 기준 21만3천명으로 45.4% 증가했다. 부품업계 고용 역시 같은 기간 44만8천명에서 58만6천800명으로 30% 이상 늘었다.
특히 포드, 제너럴 모터스(GM), 피아트 크라이슬러(FCA) 등 미국 '빅3' 자동차업체는 최근 수년간 양호한 실적을 냈을 뿐 아니라 상당한 투자를 이미 진행했거나 계획할 만큼 재무 상태가 좋다는 게 현대·기아차의 설명이다.
지난 3월 원칙적으로 합의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을 통해 자동차 교역을 둘러싼 미국의 경제·안보 관련 우려가 해소됐다는 내용도 의견서에 담겼다.
한미 FTA 개정 협상에 따라 미국의 픽업트럭 관세 철폐 기간은 20년 연장됐으며, 한국 안전기준을 맞추지 못해도 미국 안전기준을 충족하면 수출을 허용하는 미국산 자동차는 5만대로 늘었다.
bluekey@yna.co.kr, br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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