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선 北 특구, 中과 협력으로 다시 시동 거나
김정은, 방중 동행 인사 이끌고 북중 접경 신도 시찰…황금평 특구 인접
中, 대북제재 조정 입장…北 특구개발에 호응할지 주목
(서울=연합뉴스) 최선영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미정상회담과 세 번째 중국 방문(6.19∼20) 이후 첫 국내 공식활동으로 북중 인접의 도서 지역을 찾아 눈길을 끈다.
조선중앙통신은 30일 김정은 위원장이 평안북도 신도군 신도에 있는 갈(갈대)종합농장을 현지지도했다고 보도했다.
신도군은 중국과 인접한 서해 최북단의 섬들로 구성됐으며, 그중 군 행정중심지인 신도는 한반도 최서단으로 압록강 하구 항로의 중심선에 있다. 특히 중국 단둥(丹東)시 관할의 둥강(東港)시와 지척이다.
신도는 북한 최대 갈대 생산지이자 대표적인 화학섬유원료기지로 성장하면서 김일성 주석이 '비단섬'이라고 이름을 짓기도 했다.
신도군은 중국과 인접해 있을 뿐 아니라 육지에서 떨어져 있는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역대 북한 지도부가 외자 유치를 통한 경제개발 특구로 주목해온 곳이다.
북한은 김정일 집권 때부터 신도에 남한, 중국, 일본, 러시아, 몽골 등 주변국의 경제교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국제자본시장, 무역시장, 정보시장 등이 융합한 금융센터를 만드는 데 안간힘을 써왔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999년 11월 정몽헌 당시 현대그룹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신의주를 서해안 경제특구로 제안했고 현대그룹 조사단이 신의주와 함께 신도군도 둘러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2002년 9월 신의주를 경제특구로 공식 지정하면서 신도를 중공업단지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마련했으나 초대 행정장관에 임명된 양빈(楊斌) 어우야(歐亞)그룹 회장의 체포로 무산되고 말았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06년 중국 남순(南巡) 당시 중국의 경제특구 개발 경험을 받아들여 중국 지도부에 신도 개발계획 구상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직전 북중 합작 경제특구로 지정된 황금평·위화도 경제특구도 신도군에 속해있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후계자 시절이던 2011년 6월 황금평·위화도를 '황금평 경제지대'(경제특구)로 지정하고 중국 자본을 끌어들이는 데 총력을 기울렸다.
황금평 특구를 정보, 관광문화, 현대시설농업, 경공업 등 4대 산업을 중점적으로 발전시켜 지식밀집형 신흥경제구역으로 추진할 구상이었다.
장성택 당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겸 당 행정부장과 천더밍(陳德銘) 중국 상무부장이 참석한 가운데 대규모 착공식을 열기도 했으나 장성택 처형 이후 중국 투자유치는 사실상 중단됐다.
그러나 2014년 황금평과 신도군을 잇는 송전선 공사가 마무리에 이른 것으로 북한 매체들이 보도해 내부적인 특구 조성작업은 꾸준히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북한 지도부가 오랫동안 외자 유치를 통한 경제특구 개발의 최적지로 구상해온 신도를 김정은 위원장이 세 번째 방중 이후 첫 국내 시찰장소로 찾았다는 것은 중국과 협력을 통한 개발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관측을 낳는다.
김정은 위원장이 한반도의 정세 변화 속에서 지난 4월 첫 외국 방문지로 중국을 찾은 데 이어 5월 다롄(大連) 방문, 북미정상회담(6.12) 직후 또다시 방중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했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은 세 차례 방중 기간 양국관계를 순치(脣齒)의 수준으로 복원하고 중관춘과 농업과학원 국가농업과학기술혁신원 등 경제시설도 매번 둘러보며 북중 경제협력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더욱이 이번 김정은 위원장의 신도군 시찰에 방중 수행원들이 대거 따라갔다는 점에서도 향후 북중 협력이 가파른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시찰을 수행한 한광상 당 부장, 김성남 당 국제부 제1부부장, 조용원 당 조직지도부 부부장,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은 모두 김정은 위원장의 세 차례 방중에 동행했다.
더욱이 김성남 제1부부장은 '당 대 당' 협력을 중시하는 북중관계에서 북한 노동당의 대표적인 '중국통'이다.
아직은 갈 길이 먼 비핵화 과정에서 미국이 대북제재를 지속한다는 입장이어서 북한은 당장 중국과 경제협력으로 '경제건설 총력집중' 노선을 실현하려는 구상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역시 "북한이 유엔 대북 결의를 이행하는 상황에 따라 제재를 조정해야 하며 이는 제재 중단이나 해제도 포함된다"며 북한의 경제개발 노력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어서 북한의 특구개발에 호응할지 주목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 기간 신도지역을 경제특구로 개발하는데 중국과 이미 합의한 것 같다"며 "신도지역은 중국 기업들도 선호하는 곳으로 북한이 이곳을 경제특구로 개발하면 굳이 근로자를 중국에 파견하지 않고 오히려 경제적 실익이 크다"고 말했다.
chs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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