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승계 '꼼수'…공익법인에 총수2세 회사 지분 집중

입력 2018-07-01 12:00
수정 2018-07-01 15:39
경영권 승계 '꼼수'…공익법인에 총수2세 회사 지분 집중



공익법인 주식 보유한 계열사 절반, 총수 2세도 지분 나눠 가져

계열사 주식 수익기여도 1% '미미'…내부거래 일감 몰아주기 의혹도

(세종=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 대기업집단의 공익법인이 주식을 보유한 계열사 중 절반 가까이가 총수 2세 지분이 있는 계열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공익법인 자산 중 주식 비중은 일반 공익법인의 4배에 달했지만 정작 주식의 수입 기여도는 극히 낮아 사업재원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재벌들이 정작 공익법인의 '공익사업'에는 관심이 없고, 경영권 승계 '꼼수'를 목적으로 법인을 악용하고 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일 이 같은 내용의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 운영실태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대상은 지난해 9월 1일 지정된 자산 5조원 이상 57개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 소속 비영리법인 중 증여세 등 감면 혜택을 받은 상속·증여세법상 공익법인은 51개 집단 총 165개다.

현재 기부문화 확산 등을 위해 공익법인이 보유한 의결권 있는 지분 중 5%까지는 상속·증여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하지만 총수일가가 이런 혜택을 악용해 지배력을 편법으로 확대하고 다른 계열사를 부당하게 지원하는 경우도 있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실제로 대기업집단 공익법인은 다른 일반 공익법인보다 계열사 주식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말 기준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의 자산 중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21.8%로 전체 공익법인(5.5%)의 4배에 달했다. 이 중 74.1%는 계열사 주식이었다.

대기업집단 공익법인 165개 중 66개(40%)가 총 119개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들 공익법인 중 59개는 총수 있는 집단 소속이다.

이들이 주식을 보유한 119개 계열사 중 57개사(47.9%)는 총수 2세도 지분을 함께 보유한 '총수 2세 회사'인 것으로 분석됐다.

공익법인이 총수 2세의 우호지분으로서 경영권 승계에 동원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대기업집단 공익법인은 기업집단의 주력회사, 상장회사, 자산규모 1조원 이상 대형 기업의 주식도 집중적으로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집단 공익법인의 자산 중 계열사 주식 비중이 높았지만 정작 수입 기여도는 미미했다.

계열사 주식을 보유한 66개 공익법인 중 2016년에 배당을 받은 법인은 35개(53%)였고 평균 배당금액은 14억1천만원이었다.

장부가액 기준으로 수익률을 계산하면 2.6% 수준이다.

계열사 주식의 배당금액이 전체 공익법인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6%로 극히 낮았다. 공익사업에 별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이들 법인은 계열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때 모두 찬성 의견을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비계열사 주식 의결권 행사 때도 모두 찬성 의견을 냈지만, 의결권 행사 비율은 계열사 주식(94%)이 비계열사(76%)보다 훨씬 높았다.

대기업집단 공익법인이 편법 지배력 확대 등 꼼수를 목적으로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대기업집단 공익법인이 학술·자선 등 고유목적 사업을 위해 하는 수입·지출 비중은 각각 30% 수준에 그쳐 이런 의혹에 힘을 실었다. 이는 전체 공익법인(60%)과 비교하면 절반에 불과한 수준이다.

계열사, 총수 친족 등과 내부거래를 한 대기업집단 공익법인도 100개(60.6%)에나 달해 '일감 몰아주기'를 막기 위한 내부 견제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분석 대상 대기업집단 공익법인 165개의 평균 자산규모는 1천229억원으로 전체 공익법인 평균(261억원)의 6.3배였다.

총수 ·친족·계열사 임원 등 특수관계인이 이사로 참여하는 공익법인은 138개(83.6%)에 달했고 특수관계인이 대표인 법인은 98개(59.4%)였다.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위는 현재 의결권 제한 확대 등을 포함한 공익법인과 관련된 제도 개선안을 논의 중이며 외부 의견수렴을 거쳐 개선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신봉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공익법인은 사회공헌사업을 통해 공익 증진에 기여했지만, 총수 지배력 확대 등에 이용될 가능성도 상당하다"면서 "의결권 행사 제한에 따른 지배력 변화 효과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roc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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