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연쇄테러 생존범 처음 입열어…반성않고 장광설 늘어놔
"당신들은 지도자 과오때문에 고통받아…마크롱 권력갈망, 무슬림 피 불러"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2015년 11월 프랑스 파리에서 동시다발 테러를 일으켜 130명을 살해한 일당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범인이 굳게 다물었던 입을 열기 시작했다.
파리 연쇄테러의 생존 범인인 살라 압데슬람(28)은 법정에서 죄를 뉘우치는 기색은 전혀 없이 범행 동기에 대해 "당신들의 지도자들 과오 때문에 고통받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29일(현지시간) 프랑스 RTL 방송에 따르면 그는 전날 법정에서 "우리는 돼지고기를 먹거나 와인을 마시거나 아니면 음악을 듣는다는 이유로 당신들을 공격하지 않는다. 분노를 잠시 옆으로 치우고 한번 생각해봐라. 당신들은 지도자들이 한 과오 때문에 고통받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프랑스와 미국 등 서방국가들이 벌인 이라크와 중동 등지에서의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응징 차원에서 무차별 테러를 저질렀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날 일곱 번째로 판사들 앞에 선 압데슬람이 본격적으로 범행에 대해 입을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압데슬람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들먹이며 궤변을 늘어놓았다.
그는 "마크롱의 권력과 명성에 대한 갈구가 무슬림의 피를 부른다. 그런 게 계속되는 한 이 땅에 안전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발언을 시작하기에 앞서 압데슬람은 자신은 변호사가 필요하지 않다면서 "오직 알라신에게만 의탁할 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판사들 앞에서 장광설을 이어가는 동안 죄를 뉘우치는 기색은 전혀 없었고, 판사들의 스무 개에 이르는 질문에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압데슬람은 2015년 11월 공범들과 함께 파리 도심과 교외에서 총격·폭탄테러를 일으킨 뒤 벨기에 브뤼셀로 도피했다가 2016년 3월 18일 체포됐다.
그가 체포된 지 4일 뒤에는 브뤼셀에서 연쇄 폭탄테러가 발생해 32명이 숨지고 300여 명이 다쳤다.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집단 이슬람국가(IS)는 파리와 브뤼셀 테러 모두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고, 압데슬람은 브뤼셀 테러 준비 음모에 가담하는 등 두 테러에 모두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벨기에 법원은 체포과정에서 경찰관 4명을 다치게 한 압데슬람에게 경찰관 살인미수, 불법무기 소지 등의 혐의로 법정 최고형인 징역 20년을 지난 4월 선고했다.벨기에에서 프랑스로 신병이 인도된 압데슬람은 브뤼셀과 파리에서 동시에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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