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원조 마야문명, 카카오를 금처럼 화폐로 통용

입력 2018-06-30 07:03
'초콜릿' 원조 마야문명, 카카오를 금처럼 화폐로 통용

고전기 도자기 그림 등 분석결과 조공품 1순위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멕시코를 비롯한 중앙아메리카 일대에서 고대 문명을 일궜던 마야시대에 초콜릿과 카카오가 화폐처럼 통용됐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화제다.

29일 과학전문 매체 '사이언스'에 따르면 고고학자인 조앤 바론 박사는 고전기 마야시대인 250~900년의 도자기 그림과 벽화, 조각 등의 내용을 분석해 이런 결론을 얻었다고 학술지 '경제인류학(Economic Anthropology)에 밝혔다.

마야시대 고전기 초기에는 초콜릿을 묘사한 그림이 많지 않다가 8세기 무렵부터 자주 등장하는데 이때부터 초콜릿과 카카오가 일회성 물물교환이 아니라 재화와 용역에 대한 결제수단으로 널리 이용되기 시작한 것으로 바론 박사는 추정했다.

초콜릿과 카카오가 물물교환에 이용되는 그림은 7세기 중반에 처음 등장한다.

바론 박사는 특히 691~900년에 제작된 도자기와 벽화에서 마야의 지도자들에게 일종의 세금으로 조공을 바치는 장면 180여개를 찾아냈으며, 조공품을 분석한 결과 담배와 옥수수 낟알 등도 있지만 직물과 카카오를 담은 가방이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을 밝혀냈다.



이는 직물과 카카오가 당시에 화폐 역할을 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바론 박사는 "마야의 왕들은 궁에서 실제 소비하는 것 이상으로 카카오를 받았다"면서 소비하고 남은 것들은 아마도 시장에서 다른 물건을 사거나 왕실 인력의 임금으로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마야문명 전문가인 워싱턴대학의 인류학자 데이비드 프라이델 교수는 마야인들이 카카오를 뜨거운 음료 형태로 소비하며 누구나 다 좋아했다면서 재배하기가 어렵고 도시 인근에서는 잘 자라지 않아 옥수수와 같은 곡물보다 더 귀하게 여겼다고 지적했다.

초콜릿(chocolate)이라는 단어도 남부 멕시코 인디오들이 카카오 콩에서 짜내는 음료 '쇼칼라트(xocalatl)'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론 박사는 카카오가 화폐로서 정치권력을 지탱하는 상황에서 가뭄 등으로 공급 차질이 빚어져 경제 붕괴로 이어졌을 수 있다고 지적했으나, 프라이델 교수는 직물 등 화폐 기능을 하는 다른 상품도 있었던 만큼 카카오 공급 차질이 체제 붕괴를 유발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본다고 회의적 반응을 나타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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