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화'되는 美총기난사…이번엔 신문사 상대로 앙심 품고 범행

입력 2018-06-29 16:31
수정 2018-06-29 16:40
'일상화'되는 美총기난사…이번엔 신문사 상대로 앙심 품고 범행

7년 전 기사에 원한…명예훼손 소송 기각되자 장기간 위협

CNN "9·11 이후 언론인에 대한 가장 치명적인 공격"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28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 주 지역 신문사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의 용의자는 자신과 관련한 기사를 놓고 이 신문사와 오랜 갈등을 빚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오후 메릴랜드 주 아나폴리스의 지역 신문 '캐피털 가제트'의 편집국에 난입, 마구 총격을 가해 5명을 숨지게 하고 2명을 다치게 한 용의자는 재러드 W. 라모스(38)이다.

그는 컴퓨터 엔지니어링을 전공하고 연방 노동통계국에서 일했다고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현지 경찰은 라모스가 캐피털 가제트와 장기간 갈등 관계에 있었으며, 트위터 등을 통해 이 신문사에 위협을 가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악연의 시작은 2011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문은 그가 고교 동창이었던 여성을 괴롭혔다가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실을 기사로 보도했다.

2009년 피해 여성에게 연락을 시작한 라모스는 페이스북이나 이메일을 통해 그를 지속적으로 괴롭히거나 위협했다. 피해자가 일하는 은행 상사에게 연락해 해고하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피해 여성은 결국 경찰에 신고했고, 라모스는 징역 90일을 선고받았다.

당시 법원 판결문을 보면 이 여성은 "라모스가 실제 있지도 않은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그만하라고 해도 분노를 표출하고 음탕한 말을 했다고 진술했다.

자신의 이야기가 언론에 보도되자, 라모스는 2012년 명예훼손과 사생활 침해 등의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라모스가 해당 보도로 인한 피해를 입증하지 못했다며 소송을 기각했다. 라모스는 항소했지만, 2015년 또다시 기각됐다.



그사이 라모스는 2011년 11월부터 트위터에서 캐피털 가제트를 언급하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법원 문서를 캡처한 사진과 함께 직원들을 욕하는 트윗을 썼다.

해당 기사를 썼던 에릭 하틀리 기자를 비롯해 전 편집국장 톰 마쿼트의 사진을 올리는가 하면, 이번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기자 롭 히어슨의 이름을 언급하며 '징벌적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이날 총격으로 히어슨 기자를 포함해 이 신문사 기자와 편집자, 직원 등 5명이 숨졌다.

마쿼트 전 국장은 라모스가 신문사를 상대로 폭력 행위를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 오랫동안 두려워했으며, 그가 총격을 가할 수도 있다고도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미국에서는 학교, 극장, 마트, 교회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 총격 사건이 잇따랐지만 언론사를 상대로 한 총격은 이례적이다.

지난 2015년 8월 미국 버지니아 주에서 지역 방송사 WDBJ의 기자가 생방송 도중 피살되는 사건이 발생한 적이 있으나 당시 사건은 이번처럼 편집국 사무실에 난입한 총기 난사가 아니라, 해고된 전직 동료가 회사 바깥에서 피해자 개인을 노려 총격을 가한 사건이었다.

CNN 방송은 이번 사건이 '9·11 이후 언론인에 대한 가장 치명적인 공격'이라고 전했다.

국제 언론단체인 언론인보호위원회(CPJ)는 성명을 내고 "가제트와 같은 신문사들은 필수적인 일을 한다"며 "언론인을 상대로 한 폭력은 용납할 수 없으면, 총격 사건 동기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바란다"고 말했다.



noma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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