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 "진에어 처분 신중해야…면허취소는 지나쳐"
"여론에 밀려 과분한 처분 내릴까 우려…항공산업 전체에 부담"
"부실 심사 국토부 책임도 커…2천명 직원 고용보장 문제도 고려해야"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항공업계는 29일 국토교통부가 진에어[272450]에 대한 면허취소 등 처분을 일단 보류하고 법적 절차를 통해 최종 결론을 내겠다고 밝힌 데 대해 대체로 "상식적인 결정"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당초 이날 면허취소 여부를 판가름낼 것으로 예고했던 국토부가 결정을 미룬 데 대해서는 "어떤 결정을 내리건 국토부도 부담스러운 결정일 것"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최근까지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비위 의혹이 연일 확산하며 진에어의 면허취소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항공업계에서는 줄곧 "면허취소를 내릴 정도의 사안은 아니다"라는 분위기가 강했다.
국토부가 문제 삼은 부분은 진에어가 2010∼2016년 외국인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003490] 전무를 등기이사에 임명하는 불법행위를 했다는 것인데, 이 정도 사안으로 면허취소를 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현행 항공사업법은 항공운송사업자 면허 심사 시 등기임원에 외국인이 있으면 이를 결격 사유로 보고 있다. 부정한 방법으로 면허를 받거나 등록한 경우에는 면허를 취소하거나 6개월 이내 사업정지 명령을 내릴 수도 있다.
진에어는 이와 관련해 의혹이 제기된 초기부터 "허위로 서류를 꾸며 제출하거나 부정한 방법으로 면허를 받은 적이 없고, 국토부의 적법한 심사 절차를 거쳐 면허를 받았다"고 항변해왔다.
항공사 관계자는 "일종의 서류상 실수를 두고 면허취소를 운운하는 것 자체가 너무 과하다는 얘기들이 업계에서 계속 나왔다"며 "'오너 리스크'로 여론이 악화해 회사까지 싸잡아 피해를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저가항공사 한 임원은 "시장 논리로 봤을 때 항공사가 큰 경영상의 문제나 항공업 발전을 저해하는 행위를 했다면 모르겠는데, 여론에 밀려 면허취소까지 검토하는 상황이 부담스럽다"며 "항공사업자 입장에서는 어쨌거나 정부가 진에어 사례처럼 항공사 경영을 세세히 들여다보는 것이 부담스러운 것"이라고 했다.
국토부 관리·감독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진에어 면허를 취소하려면 국토부가 먼저 크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국토부가 진에어 서류 검토를 제대로 하지 못해 발생한 일인데 진에어에만 충격이 큰 면허취소 결정을 내린다면 그게 '갑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에어는 이날 국토부 발표 이후 입장자료를 내고 "앞으로 진행될 청문회 등 절차에 성실히 임하고 회사의 입장과 의견을 밝히겠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국토부가 청문 절차 등을 거쳐 진에어에 대한 면허취소를 최종 결정해도 그 효력을 인정받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진에어도 국토부 처분과 관련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면허취소 처분이 내려진다면 일단 집행정지 신청을 내고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소송이 진행될 경우 국토부 처분이 확정되기까지는 3∼4년 이상 소송전이 불가피하다.
이 건과 관련해 국토부가 법무법인 3곳에 자문한 결과 국토부의 승소 가능성도 장담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항공업계에서는 진에어에 대한 면허취소 처분이 실효성이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로 진에어에 대한 면허취소가 이뤄질 경우 2천명 가까운 직원의 고용보장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진에어 직원들은 "면허취소는 우리 생계와 직결된 문제"라며 "총수 일가의 잘못으로 회사가 없어지면 애꿎은 직원들만 고통을 받게 된다. 총수 일가 범법행위는 일벌백계해야 하지만, 면허취소는 신중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진에어가 면허취소로 항공운송사업을 접더라도 기존 항공사들이 이익을 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 항공사 임원은 "일각에서는 면허취소를 1∼2년 유예하고 진에어를 매각하는 방안도 거론됐었는데, 이를 통해 진에어 운수권이나 슬롯을 재배분한다고 해도 기존 항공사에 득이 될지도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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