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색내기' 비판 日노동법안 국회 통과…초과근무 月45시간 제한
野 "장시간 노동 조장할것" 비판에도 與 밀어붙여…과로사 유족들 영정들고 방청
정규직-비정규직 '동일노동 동일임금'·고연봉 전문직은 규제서 제외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 정부 여당이 야권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일본판 노동개혁 법안인 '일하는 방식 개혁' 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일본 참의원은 29일 본회의를 열고 자민당과 공명당 등 연립여당과 여권 성향 야당 일본유신회의 찬성 다수로 노동기준법과 노동계약법 개정안 등 이른바 '일하는방식개혁' 법안 8개를 가결했다.
이 법안의 핵심은 시간외근무 시간의 상한을 한달에 45시간, 1년에 360시간으로 정하고 이를 어길시 사용자측에 6개월 이하의 징역과 30만엔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다만 예외 규정이 너무 많아 생색내기식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법이 정한 '月45시간·年360시간 이하' 노동시간 규제에는 휴일 노동시간이 포함되지 않았다.
또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1년의 절반인 6개월까지 추가적인 시간외근무를 인정하기로 했다. 이 경우 한 달에 100시간·월 평균 80시간(휴일 노동 포함), 1년에 720시간(휴일 노동 제외)으로 상한이 늘어난다.
일본의 노동문제 전문가들은 한 달에 80시간의 시간외근무를 '과로사 라인(경계선)'으로 부르고 있는데,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한다고 하지만 정부가 나서서 과로사 라인 이상의 시간외근무를 인정하게 된 것이다.
이와 함께 고액 연봉을 받는 전문직을 이런 노동 규제에서 제외시키는 '고도 프로페셔널 제도'(탈<脫>시간 급여 제도) 관련 법안도 국회를 통과했다.
이 제도는 연간 수입 1천75만엔(약 1억824만원) 이상인 증권사 애널리스트, 외환 딜러, 컨설턴트, 연구개발자, 금융상품 개발자 등 전문직의 임금을 근무시간이 아닌 성과로 정하고 시간외근무 규제를 하지 않도록 한 것이다.
야권과 노동단체들은 이 제도가 '장시간 근무와 과로사를 조장하는 제도'라고 비판하며 격렬하게 반대했었다.
이날 국회를 통과한 법안들중에는 기업들에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같은 내용의 노동을 할 경우 같은 수준의 임금을 주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실천할 의무를 부여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기업들은 노동자의 건강을 위해 객관적인 기록으로 노동자의 근무시간을 파악해야 하는 의무도 갖게 된다.
시간외근무 상한 규제는 대기업은 내년 4월부터, 중소기업은 2020년 4월부터 시행된다. 고도 프로페셔널 제도는 내년 4월 시작되며,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2020년 4월 대기업부터 순차적으로 적용된다.
그동안 일하는방식개혁 법안을 '최고 중요 법안'으로 강조해온 아베 총리는 이날 법 통과에 대해 "장시간 노동을 시정하고 비정규직이라는 단어를 없애겠다. 육아와 노인 돌봄을 하면서 일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일하는 방식이 제도화됐다"고 자화자찬했다.
반면 야당 입헌민주당의 렌호(蓮舫) 참의원 간사장은 "대단히 간단하게 법안이 가결돼 상당히 유감스럽다. 논의할 게 많았는데도 여권이 수의 힘으로 밀어붙였다"고 비판했다.
이날 참의원 본회의장에는 과로사로 가족을 잃은 유족들이 고인의 영정을 들고 검은색 상복을 입은 채 방청하며 법안에 대한 반대 의사를 강조하기도 했다.
2015년 과한 초과근무에 시달리다가 자살해 사회적 이슈가 된 대기업 덴쓰(電通)의 신입사원 다카하시 마쓰리(高橋まつり·사망 당시 만 24세)의 모친은 굳은 표정으로 "마음속으로 마쓰리에게 '이게 지금 일본의 모습이야'라고 중얼거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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