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윌 "뮤지컬, 노래에 진지하게 접근하는 계기됐죠"
'노트르담 드 파리' 콰지모도 역…"재도전 어려운 결정"
4집 파트.2의 첫 싱글 발매…"음악 방향 고민, 진정성이 중요"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 "진지한 태도로 임했지만, 정말 쉬운 게 하나도 없었어요."
가수 케이윌(본명 김형수·37)은 지난 2016년 뮤지컬 첫 도전작이던 '노트르담 드 파리'의 기억을 이렇게 떠올렸다.
'노트르담 드 파리'의 한국어 버전 10주년을 맞아 다시 이 작품에서 꼽추 종지기 '콰지모도' 역을 맡은 그는 "그때는 여유가 없었지만, 인제야 다른 역할의 배우가 노래 연습하는 걸 듣는 재미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평일 밤 세종문회화관에서 공연을 마치고 팬들의 배웅 속에 '퇴근'하는 그는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공연 내내 그는 등과 어깨가 솟은 무거운 의상에 험상궂은 콰지모도 분장을 하고선 오른쪽 발을 질질 끌고 허리를 옆으로 구부린 채 노래했다. 가수로 무대에 설 때와 다른 창법으로 노래하고, 연기를 위해 허리를 굽혀 소리를 내는 것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았다고 한다.
"처음 할 땐 걷는 것조차 자유롭지 않았죠. 게다가 호흡을 많이 섞어서 감정을 과하게 전달하려는 뉘앙스를 갖고 노래하는 것도 익숙지 않았고요. 특히 콰지모도 역은 소리를 최대한 낮고 굵게 목을 긁어서 소리를 내야 해요. 무엇보다 가장 걱정됐던 것은 목 상태였죠."
그 때문에 다시 이 작품에 도전하는 것은 몸을 사려야 하는 어려운 결정이었다.
'노트르담 드 파리'는 대사 없이 노래로만 극이 진행되는 '송스루 뮤지컬'이다. 프랑스가 낳은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작품으로, 매혹적인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를 두고 각기 다른 방식의 사랑을 하는 꼽추 종지기 콰지모도와 근위대장 페뷔스, 성직자 프롤로 등의 이야기를 그린다.
그는 이 작품을 끝내고서 다시 안정적인 목 상태로 노래할 수 있기까지 1년이 걸렸다고 했다. 그러나 뮤지컬을 통해 노래에 좀 더 진지하게 접근하는 계기가 됐고, 캐릭터 소화에서 아쉬웠던 부분을 보완해 성장하고 싶은 생각도 들어 결심했다고 한다.
"캐릭터를 연구하며 소리에 대해 고민하는 과정이 매력있었어요. 연기에서 아쉬운 부분을 디벨로프(develop·성장하다)하고 싶다는 목표도 있었고요. 또 가요는 녹음할 때 최대한 섬세하게 노래해야 하지만, 뮤지컬은 감정의 결이 거칠고 투박하지만 표현하는 재미가 있죠. 감정의 폭을 크게 운영하는 뮤지컬 넘버만의 매력이 있거든요."
특히 이 작품은 아름답고 장엄한 넘버들이 대중에게 친숙하다.
케이윌은 콰지모도가 죽은 에스메랄다를 안고 절규하듯 부르는 '춤을 춰요, 에스메랄다'와 콰지모도가 에스메랄다를 구해 성벽에 들어갔다가 혼자 나와 부르는 '불공평한 이 세상'을 '최애'(最愛) 넘버로 꼽았다.
그는 "'춤을 춰요, 에스메랄다'는 극을 끝내는 노래이니 감정이 많이 차오른다"며 "'불공평한 이 세상'은 콰지모도가 처음으로 솔직하게 에스메랄다를 향한 감정을 표현하는 대목이어서 좋다"고 설명했다.
이 작품에는 콰지모도 역에 더블 캐스팅된 윤형렬을 비롯해 차지연(에스메랄다 역), 마이클리(그랭구와르), 민영기(프롤로) 등 베테랑 뮤지컬 배우들이 대거 출연 중이다.
케이윌은 "전 시즌에 모두 출연한 윤형렬이 해석하는 콰지모도를 보면서도 배우고, 성악 전공자들도 많아 소리에 관해 이야기하고 조언도 듣는다. 10년간 가수로서 누군가 연습하는 걸 볼 일이 없었는데 다른 배우들의 소리를 캐치해 흉내 내보는 재미도 있다"고 말했다.
작품에 '올인'하면서 그는 최근 새 음반을 냈지만 방송 활동을 하지 않았다.
지난해 정규 4집의 파트.1 앨범을 낸 그는 파트.2를 싱글로 쪼개서 내기로 하면서 최근 2곡을 담은 첫 번째 싱글 '#1 윌 비 어 스타트'(#1 Will be a start)를 발표했다.
타이틀곡 '너란 별'은 기존에 그가 선보인 봄 노래와 같은 맥락의 곡이며, '웨이크'(Wake)는 자작곡이다. 음반을 낼 때마다 차트 1위를 평정한 그지만 이번 싱글은 전작들보다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지 못했다.
"해오던 것과 신선한 것 사이에서 음악적인 방향의 고민이 컸어요. 제 대표곡이 주로 발라드에 치우쳐 있어 어린 시절부터 좋아한 1990년대 팝 R&B를 시도해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감정과 톤의 시대이니 스킬이 느껴지는 바이브레이션을 빼보자는 생각도 했죠."
그는 깊은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장르나 창법보다 결국 '진정성'인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제 진정성이 노래에 얼마나 투영되는가"라며 "자작곡이 일류 작곡가가 쓴 것처럼 구성이 완벽하진 않더라도 부지런히 만들어 제 진심을 담아보고 싶다. 그래서 '웨이크'가 내부 곡 선정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선정됐을 때 무척 기뻤다"고 말했다.
'웨이크'는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는 노래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그때 문득 든 생각은 '내가 스스로 위로하지 못하는데 누굴 위로할 수 있지?'란 생각이었다고 한다. 자신을 먼저 사랑하자는 생각에 '이젠 날 사랑하기로 해/ 누군가 사랑을 묻기 전에/ 다른 사람보다 먼저/ 날 알아내 먼저/ 내 맘을 들어봐'란 가사가 나왔다.
그는 8월 '노트르담 드 파리' 서울 공연이 끝나면 다시 새 음반 작업을 시작한다. 부지런히 음반을 내놓은 지도 2007년 데뷔한 이래 11년이다.
그는 "저의 길을 간다고 생각했는데 10년이 쓱 지나갔다"며 "때론 해야 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 사이의 갈등도 있었지만 매 순간 열심히 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국민 가수가 되겠다는 큰 포부가 있는 것이 아니라, 리스너들이 새 노래가 나올 때마다 궁금해하는 가수로 오래 활동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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