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주와 같은 나이에 총수된 LG 구광모…경영능력 '시험대'

입력 2018-06-29 10:02
수정 2018-06-29 10:18
창업주와 같은 나이에 총수된 LG 구광모…경영능력 '시험대'



구인회는 창업 후 22년간 기업경영, 구자경·구본무는 20년 경영수업

신성장 동력 발굴·사업 재편·구본준 독립 등 '과제 산적'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 LG그룹 지주회사인 ㈜LG의 대표이사로 29일 선임돼 사실상 그룹 총수의 자리에 오르는 구광모 상무는 '경영수업'을 시작한 지 올해로 13년째다.

미국 로체스터 공대를 졸업한 구 상무는 만 28세 때인 2006년 LG전자 재경 부문에 대리로 입사했으며, 이후 LG전자와 ㈜LG를 거치면서 과장과 차장, 부장, 상무 등으로 '고속 승진'했다.

제조와 판매 현장, 해외와 지방 등을 두루 경험한 셈이고, 특히 2014년 ㈜LG 상무로 승진한 이후로는 그룹의 주력 사업을 폭넓게 챙겼다는 점에서 일찌감치 그룹 경영권 승계를 준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올해 만 40세의 그가 경영능력을 충분히 검증받았다고 판단하는 것은 이르다는 게 재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창업주인 구인회 회장이 1947년 락희화학공업사(현 LG화학)를 설립했을 때도 만 40세였지만 구 회장은 1931년 그룹 모태인 구인회상점을 설립한 이후 줄곧 기업을 이끌었기 때문에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2세대인 구자경 명예회장의 경우 부친이 뇌종양으로 갑자기 별세하면서 만 45세의 나이로 회장직에 올랐으나 '준비된 총수'였다.

만 25세 때 교사 재직 중 부친의 부름을 받아 그룹 모회사인 락희화학 이사로 취임하면서 사실상 곧바로 그룹 경영에 참여했고, 이후 1970년 럭키금성그룹 회장에 취임할 때까지 약 20년간 경험을 쌓았다.

취임 첫해 범한해상화재보험을 인수해 보험업에 진출한 것을 시작으로 유통, 증권, 종합금융, 광고, 신용카드 등으로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간 것도 이런 오랜 '경영수업'이 토대가 됐다.

최근 별세한 고(故) 구본무 회장은 부친이 건장한 상태에서 일찌감치 그룹 경영권을 물려받았지만 당시 나이는 적지 않은 50세였다.



특히 만 30세에 ㈜럭키에 입사하면서 사회생활에 첫발을 내디딘 이후 20년간 과장, 부장, 이사, 상무, 부사장, 부회장 등의 직위를 차례로 거치면서 그룹 내 주요 계열사의 영업, 심사. 수출, 기획 업무 등을 두루 섭렵하는 등 다양한 실무경력을 닦았다.

이들과 비교했을 때 이날 LG그룹 4세대 경영 시대의 막을 연 구 상무는 비교적 경험과 경륜이 부족한데다 입사 이후 눈에 띄는 성과도 없었기 때문에 당장 경영능력을 입증하는 게 과제다.

물론 주력 계열사를 책임지고 있는 6명의 대표이사 부회장들의 보좌를 받겠지만 그룹 경영을 주도하면서 명실상부한 '구광모 시대'를 열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LG그룹이 '장자 승계' 전통을 철저히 지켜왔고 이른바 '오너 리스크'도 거의 없었다는 점은 구 상무로서는 안정적인 리더십을 조기에 구축할 수 있는 좋은 환경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 흐름 속에서 치열하게 전개되는 글로벌 경쟁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발 빠르게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사업 효율화를 위한 구조조정에도 나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최근 투병 중인 구본무 회장을 대신해 최근 그룹을 사실상 맡아온 삼촌 구본준 부회장의 사업독립 과정도 '새 총수'로서는 부담스러운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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