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총리, 난민문제로 위기 몰린 '메르켈 구하기' 나서나
FT "그리스, 독일과 망명 신청자 송환 협상 맺을 듯"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유럽연합(EU)의 좌장 격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난민 문제로 국내에서 위기에 몰린 가운데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메르켈 구하기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7일(현지시간) 치프라스 총리와 메르켈 총리가 독일이 역내 '2차 이동'(secondary movement)을 통해 독일로 입국하길 원하는 난민들을 그리스로 돌려보내는 협정을 체결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치프라스 총리는 FT와 인터뷰에서 "남유럽에 도착한 뒤 독일로 이동하는 난민들의 소위 '2차 이동'을 억제하기 위해 독일과 협정을 맺을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독일로 가기 위해) 그리스 북부 국경을 넘는 난민은 1개월에 50∼100명으로 추정된다"며 독일과 이런 협정을 맺더라도 그리스에 심각한 연쇄 효과가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그의 이 같은 발언은 독일 연정의 한 축인 기독사회당이 메르켈 총리가 이달 말까지 독일의 난민 부담을 줄이기 위한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않으면 연정을 탈퇴하겠다고 경고, 연정 붕괴 우려가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 24일 브뤼셀에서 열린 난민문제 해법 도출을 위한 미니 EU 정상회의에서 EU 전체적으로 난민 문제에 대한 공동의 해결책 마련이 불가능함을 인정하며 개별 국가들과 직접 협정을 맺어 독일로 유입되는 난민을 차단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치프라스 총리는 난민이 처음 도착한 곳에서 난민 자격 심사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한 '더블린 조약'은 "생명을 다했다"고 지적하며 "유럽은 국제법 틀에서 (난민) 부담을 나누어 짊어지는 방법을 찾아야 하며, (그리스, 이탈리아와 같은) 관문 국가들뿐 아니라 독일에도 현재와 같은 부당한 부담을 강요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문제가 유럽 전체의 문제라고 믿는다면 모든 난민을 독일로 가게 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다만, 독일과의 이런 협정 체결을 위해서는 이산가족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그리스 내에는 현재 독일 등 북서유럽에 정착한 가족을 만나기 위해 고향을 떠난 난민 약 2천500명의 발이 묶인 채 가족과 생이별 상태에 놓여 있다.
한편, FT는 독일 정부가 난민 부담을 감내하는 나라에 금전적 혜택이라는 '당근'을 앞세워 그리스, 이탈리아를 비롯한 주변국들과 접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탈리아에는 취약한 부문인 은행의 부실 채권 정리 등에 도움을 주는 조건 등을 제시했으나, 강경 난민 정책에 앞장서고 있는 마테오 살비니 장관은 이 같은 거래에 응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독일 정부 관리는 FT에 전했다.
ykhyun1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