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후분양제 청약자 맞춤형 대출도 필요하다
(서울=연합뉴스) 주택을 일정 수준 이상 지은 뒤에 분양하는 후분양제가 올해부터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도입된다. 국토교통부는 28일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거쳐 이런 내용을 담은 '제2차 장기 주거종합계획(2013∼2022년)' 수정계획을 발표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경기도시공사는 후분양 방식으로 공급하는 비율을 2020년 30%, 2021년 50%, 2022년 70%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들 기관의 후분양 기준이 되는 공정률은 일단 60%로 정해졌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작년 10월 국회 국정감사 답변 과정에서 공공주택 후분양제 도입 방침을 밝힌 적은 있지만, 정부가 공식적으로 로드맵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간분야에 충분한 준비 과정 없이 후분양제를 도입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지만, 공공분야에 후분양제를 도입하기로 한 것은 옳은 방향이다. 후분양제는 투기수단으로 인식돼온 분양권 전매를 원천적으로 막아 주택이 실수요자 위주로 공급되도록 한다는 점에서 정부의 주택정책 흐름에 부합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상당히 완성된 주택을 분양받을 수 있어 분양에 따른 위험을 줄일 수 있다. 후분양제 취지를 충분히 살리려면 후분양 기준 공정률을 단계적으로 100%까지 높여야 한다. 그래야 소비자가 자동차를 살 때처럼 분양받을 집을 꼼꼼히 살펴보고 분양받을지를 최종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인센티브를 주어 후분양제의 민간분야 확대를 유도하려는 분위기다. 후분양제를 도입하려는 민간업체에 공공택지를 우선 공급한다. 화성 동탄, 평택 고덕, 파주 운정, 아산 탕정 등 올해 공급되는 4개 공공택지의 일부를 후분양 시행 민간업체에 분양하기로 한 것이다. 주택도시기금 지원 기준을 낮추고 대출한도는 확대하면서 금리도 인하한다고 한다. 청약자들로부터 계약금과 중도금을 받아 공사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선분양제와는 달리 민간업체들이 후분양제를 도입하면 초기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결국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고려한 것이다. 후분양 업체에 대한 대출보증 한도를 총사업비의 78%까지 늘리고 보증대상 제한을 없애기로 한 것도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의도다.
정부의 이번 주택 후분양제 도입은 공공분야에 방점이 찍혀 있다. 후분양제를 민간에 의무적으로 도입하는 것은 부작용도 만만치 않은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공공부문에 먼저 도입하고 부작용 최소화 방안을 마련한 뒤에 민간부문 도입 여부를 판단해도 늦지 않다. 또 분양계약 시점에서 집값을 한꺼번에 내야 하는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후분양 청약자 맞춤형 대출도 필요하다. 공공이든 민간이든 큰 틀에서 후분양제가 옳은 방향이지만 정책 완성도를 높이고 충분한 검증을 거치는 것이 시행착오를 줄이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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