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매체 "에르도안-여권연대 대표, 국가비상사태 해제 합의"
2년전 쿠데타 진압 직후 선포돼 일곱차례 연장…다음달 만료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대선·총선 승리로 지난 2년간 터키사회를 짓누른 국가비상사태가 마침내 해제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과 데블레트 바흐첼리 '민족주의행동당'(MHP) 대표가 27일(현지시간) 회동에서 국가비상사태를 연장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친정부 일간지 사바흐가 보도했다.
MHP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끄는 '정의개발당'(AKP)과 선거 연대를 구성해 에르도안 대통령의 대선 승리와 여권의 과반 의석 유지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
사바흐 보도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과 바흐첼리 대표가 선거 승리 후 처음으로 단독 회동을 한 자리에서 국가비상사태를 해제하기로 결정했다.
사바흐는 에르도안 대통령과 AKP 지도부의 의중과 계획을 가장 정확하게 전망하는 매체로 꼽힌다.
신문은 그러나 보도의 출처나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터키 정부는 2016년 7월 쿠데타를 진압한 후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으며 3개월씩 7차례나 연장했다.
국가비상사태에서는 국민의 기본권이 제한되고 내각이 강력한 권한을 행사한다.
국가비상사태 권한을 근거로 터키 정부는 대규모 구속·해고, 기업 자산 압류, 신문 폐간, 방송 중단, 비영리법인 해체 등을 단행했다.
터키 정부는 국가비상사태에서 지난해 개헌 국민투표에 이어 올해 조기 대선·총선을 시행해 야권으로부터 불공정 투표·선거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7차 연장된 국가비상사태는 다음달에 끝난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대통령중심제 개헌에 성공하고 선거도 승리, 장기 1인 독주 체제를 완성한 만큼 통제 고삐를 늦출 수 있다는 관측이 일각에서 제기됐다.
국가비상사태는 그 첫 시험대로 거론된다.
국가비상사태가 해제된다면 이에 근거해 투옥된 정치인, 전문가, 언론인, 활동가, 대학생 일부가 석방될 수 있다.
터키산업경제협회(TUSIAD) 소속 케말 키리슈지 선임연구원은 지난 25일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웹사이트 기고문에서 "국가비상사태가 해제되고 테러 연루 혐의 수감자들이 일부 풀려난다면 통합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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