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 여성 전유물 아냐"…日 폭염에 '남자 양산쓰기운동' 확산
사이타마현 열사병 환자의 70%가 '남자',' 양산쓰면 체감온도 3-7도↓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작년부터 양산을 쓰고 있는데 아저씨지만 부끄럽지 않다. 남자들도 모두 양산을 쓰자. 그럼 나도 부끄럽지 않을테니까",
"인식이 바뀌었다. 양산은 피부 그을림을 막는거라고만 생각했는데 체감온도가 달라진다. 한여름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엔 양산을 쓰려고 한다"
열도 남쪽에서 부터 장마가 끝나면서 폭염이 맹위를 떨치고 있는 일본에서 남자들도 양산을 쓰자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SNS에서도 '양산 쓴 남자'라는 단어가 화제가 되고 있다.
NHK에 따르면 사이타마(埼玉)현 온난화대책과 직원들이 중심이 된 '양산 쓴 남자 확대운동대'가 올해도 활동을 시작했다. 대원들은 출퇴근 때와 외근시에 양산을 적극 이용하고 있다.
시민들에게 시원해 보이는 모습을 보여줘 양산 쓰는 남자를 늘리기 위해서다.
대원의 한사람인 소노 쥰유(??純佑)씨는 "역에서 현 청사까지 10분 정도 걷는데 양산을 쓰고 출근한다"고 말했다. 그는 "약간 창피한 생각도 들지만 실제로 써보니 직사광선을 피할 수 있어 시원함을 체감한다"고 강조했다.
사이타마현 온난화대책과에 따르면 온난화의 영향으로 사이타마 현내에서 낮 최고기온이 35도를 넘은 날 수가 지난 50년간 약 7배로 늘었다.
열사병으로 병원에 실려가는 응급환자 수를 성별로 보면 재작년의 경우 2천500명 중 70% 이상이 남자였다. 현 당국은 양산이나 모자를 쓰는 여성에 비해 남자들은 더위 대책을 전혀 취하지 않는게 원인인 것으로 보고 있다.
"남자들을 더위로부터 지키기 위해 뭔가 손을 써야 한다"고 생각한 끝에 내놓은게 손쉬운 양산쓰기 운동이다.
환경성에 따르면 햇빛을 차단하면 체감온도가 3-7도 내려간다고 한다.
온난화대책과의 안자이 도모미(安西智美)씨는 "평소 익숙하지 않은 남성들도 꼭 양산을 사용해 여름을 조금이라도 더 쾌적하게 지내면 좋겠다"면서 "더 많은 남성들이 양산을 이용하도록 올해도 PR에 힘쓰겠다"고 다짐했다.
도쿄(東京) 메구로(目黑)구에 있는 우산 전문점 '워터프론트'에는 1층부터 3층까지 3개층에 500여 종류의 양산 1만여개가 전시돼 있다. 이중 30여종은 남성용 양산이다. 최근 날씨가 더워 지면서 하루 몇명 정도의 남성 고객이 양산을 사간다고 한다. 주로 나이든 사람과 영업 등으로 외근이 많은 남성들이다.
무라카미 겐지 매니저는 "남성용 양산도 조금씩 시민권을 얻어가고 있다는 느낌"이라면서 "해가 갈수록 문의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남성용 양산이 처음 등장한 건 15년 전쯤인 것으로 보인다.
무라카미 매니저는 여성용 양산보다 좀 커 보이는 '은행원의 양산'이라고 불리는 은색 우산을 펼쳐 보였다. 워터프론트를 운영하는 우산 메이커가 15년 전에 만들었다.
메이커를 담당하던 은행의 영업담당 남성이 늘 땀을 흠뻑 흘리고 다니는 걸 보고 외근을 조금이라고 시원하게 다니게 해주고 싶어 개발했다.
당시 이 양산은 남성들에게는 많이 팔리지 않았지만 "피부를 절대 그을리고 싶지 않은" 여성과 장시간 스포츠 경기를 관전하는 사람들에게 호평을 받아 롱셀러 상품이 됐다고 한다.
"어린 자녀를 둔 아빠들은 양산을 써야 한다" 요코하마(橫浜)시에 사는 가도야 가즈아키(角谷和昭. 43)가 최근 블로그에 올린 글이다.
"햇빛에 그을린다는 개념조차 없었지만" 2살난 딸을 보육원에 데려다주고 데려오다 보니 "요즘의 살인적인 햇빛으로부터 어린 딸을 지켜줘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 양산을 쓰기 시작했다.
그는 "진짜 그늘밑을 걷는 느낌이다, 햇빛과 열을 차단해줘 시원하다"며 양산이용을 적극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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