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발신위치·기지국 추적 '헌법불합치'…"요건 강화해야"(종합)

입력 2018-06-28 16:34
수정 2018-06-28 16:41
휴대전화 발신위치·기지국 추적 '헌법불합치'…"요건 강화해야"(종합)



재판관 6대 3 의견…"수사 필요성 인정되나, 민감한 정보 보호해야"

2020년 3월31일까지 법 개정해야



(서울=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 수사기관이 법원의 허가를 얻어 휴대전화 발신위치를 추적하는 '실시간 위치추적'과 특정 기지국을 거쳐 이뤄진 통신자료를 대거 수집해 수사에 활용하는 '기지국 수사'가 헌법에 어긋난다는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28일 송경동 시인과 김모 기자 등 5명이 통신비밀보호법 2조와 13조가 통신비밀자유를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6대3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헌재는 법의 효력을 곧바로 없애면 수사기관이 위치정보 추적자료나 통신사실 확인자료를 제공해 달라고 요청할 방법이 사라져 법적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며 2020년 3월 31일까지만 기존 조항의 효력을 유지하기로 했다.

통신비밀보호법 2조는 수사기관이 법원의 허가를 받아 확인할 수 있는 '통신사실 확인자료'에 정보통신망에 접속한 정보통신기기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발신기지국의 위치추적 자료를 포함하고 있다. 언제, 어디서 휴대전화로 통화했는지가 이 자료에 구체적으로 담겨 있다.

통신비밀보호법 13조는 용의자를 특정하기 힘든 범죄나 동일 사건을 두고 여러 지역에서 단서가 나왔을 때 각각의 지역에 속한 이동통신 기지국에서 발신된 전화번호 등을 추적해 수사망을 좁혀 들어가는 '기지국 수사'의 법적 근거가 된다.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사태 해결을 요구하는 '희망버스' 행사를 준비하던 송 시인은 2011년 8월 경찰이 자신의 휴대전화 송수신 위치를 실시간으로 추적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법원으로부터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요청 허가서'를 발부받아 위치를 추적했다.

언론사 기자 김씨는 검찰이 2011년 12월 민주통합당 당 대표 예비경선 과정의 금품 살포 의혹을 수사하면서 예비경선장 근처의 기지국을 이용해 자신의 통신내용을 확인한 사실을 알고서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해당 자료는 충분한 보호가 필요한 민감 정보에 해당하며, 법원의 허가를 거치도록 하지만 '수사의 필요성'만을 요건으로 하기 때문에 절차적 통제마저도 제대로 이뤄지기 어려운 현실"이라며 "이를 고려할 때 해당 조항은 개인정보 자기결정권과 통신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또 "수사가 진행되거나 기소중지 결정이 있는 경우는 통지하지 않도록 규정하므로 수사 또는 내사가 장기간 계속되거나 기소 중지된 경우에는 정보주체는 자신의 위치정보가 범죄수사에 활용되었다는 사실을 전혀 알 수 없어 수사기관의 권한 남용에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다만 김창종·서기석·조용호 재판관은 "피의자 신병이나 용의자 범위 한정을 위해 해당 정보가 사용되는 점 등을 종합할 때 침해의 최소성과 법익의 균형성이 인정된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헌재는 "범죄예방과 사건의 조기해결을 위해 수사기관의 위치정보 추적자료 제공이나 기지국 수사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그 요건을 현재의 '수사의 필요성' 보다 더 강화해 범죄수사라는 공익과 정보주체의 기본권 보호라는 사익이 조화돼야 한다"고 밝혔다.

bo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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