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대헤아' 조현우의 재발견…A매치 9경기만에 '1번 GK 우뚝'(종합)

입력 2018-06-28 15:40
[월드컵] '대헤아' 조현우의 재발견…A매치 9경기만에 '1번 GK 우뚝'(종합)

2017년 11월 A매치 데뷔…7개월 만에 국가대표 '간판 골키퍼'

A매치 9경기에서 7실점…'경기당 0.778 실점'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A매치 단 9경기 만에 국가대표 축구 대표팀의 '1번 골키퍼'로 이름을 떨친 '대헤아(대구 데헤아)' 조현우(27·대구)가 2018 러시아 월드컵을 통해 자신의 기량을 200% 달성한 빛나는 태극전사로 우뚝 섰다.

한국은 27일(현지시간) 러시아 카잔의 카잔 아레나에서 펼쳐진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이자 '디펜딩 챔피언' 독일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F조 3차전에서 후반 추가시간 잇달아 터진 김영권(광저우 허다)과 손흥민(토트넘)의 '극장골 퍼레이드'를 앞세워 2-0으로 승리했다.

신태용호는 3차전을 앞두고 '1%의 가능성'에 도전했다. 독일을 2골차 이상으로 이기고, 멕시코가 스웨덴을 잡아주는 힘겨운 시나리오였다.

태극전사들은 독일을 상대로 2-0의 기적같은 승리를 따냈지만 멕시코가 스웨덴에 덜미를 잡히면서 '16강 진출' 조건의 50%만 충족하고 조별리그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세계최강' 독일을 상대로 후반전 추가시간까지 공세를 멈추지 않고 기어이 멀티골을 뽑아낸 태극전사들의 수고는 앞서 치러진 1, 2차전 패배의 아쉬움을 씻어내기에 충분했다.

팬들은 '졌잘싸(졌지만 잘싸웠다)'를 외치며 대표팀의 마지막 승리를 축하했고, 독일을 상대로 '슈퍼세이브 쇼'를 펼친 조현우의 맹활약을 칭찬했다.

FIFA 홈페이지에 따르면 독일은 한국의 골문을 향해 26개의 슈팅을 난사했고, 조현우는 7개의 세이브(방어)를 기록했다. 결정적인 골 기회를 막았다는 뜻이다.

반면 세계 최고의 골키퍼로 손꼽히는 독일의 마누엘 노이어는 3개의 세이브만 기록했다. 한국은 5차례 슈팅에서 3개가 노이어에게 막히고 2번을 득점으로 연결했다.

조현우는 특히 전반 39분 골지역 왼쪽에서 마츠 후멜스가 시도한 슈팅을 바로 앞에서 볼에 눈을 떼지 않고 온몸으로 막아냈고, 후반 3분 레온 고레츠카의 결정적인 헤딩 슈팅 상황에서는 뛰어난 반사신경을 과시하며 점프해 손끝으로 쳐냈다.

사실상 득점과도 같은 상황에서 조현우는 침착하게 실점을 막아냈고, 자신의 이번 월드컵 첫 '클린 시트(무실점)'의 영광을 만끽했다.

생애 첫 월드컵 무대에서 조현우는 독일전에서 가장 빛나는 활약을 펼친 '맨 오브 더 매치'에 선정됐다.

이번 월드컵에서 태극전사 유일의 '맨 오브 더 매치'였고, 골키퍼로는 이집트의 무함마드 시나위에 이어 두 번째로 뽑혔다.

눈부신 선방쇼를 펼쳤지만 조현우지만 대표팀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것은 7개월도 채 되지 않았다. 2015년 11월 처음 대표팀에 뽑혔지만 실제 경기에 나서기까지는 2년이라는 세월이 더 필요했다.



2012년 선문대를 졸업한 조현우는 2013년 대구FC를 통해 프로에 데뷔해 이번 시즌까지 158경기(201실점)를 소화한 프로 6년차 골키퍼다.

특히 마르고 키가 큰 체형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수문장' 다비드 데헤아와 외모가 비슷해 팬들은 '대구의 데헤아'라며 '대헤아'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조현우의 장점은 탁월한 반사신경이다. 슈팅에 대한 반응이 빨라 '슈퍼 세이브'를 자주 연출하는 조현우는 189㎝의 큰 키와 긴 팔을 활용한 공중볼 처리 능력이 좋다.

하지만 체중이 75㎏밖에 되지 않는 마른 체구는 페널티지역에서 상대 선수들에게 압도감을 주지 못하는 것은 단점으로 손꼽혔다.

이 때문에 조현우는 울리 슈틸리케 감독 시절인 2015년 11월 처음 대표팀에 뽑혔지만 A매치 데뷔전(2017년 11월 14일 세르비아전)을 치르기까지 2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신태용 감독은 러시아 월드컵에 대비해 김승규(빗셀 고베), 김진현(세레소 오사카), 조현우 3명을 일찌감치 골키퍼 자원으로 낙점하고 경쟁을 시켰다.

그동안 김승규가 '1번 GK'라는 암묵적인 분위기가 있었지만 조현우는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선방쇼를 펼쳤고, 마침내 러시아 월드컵에서 신태용호의 1번 골키퍼로 확고히 자리를 잡았다.

월드컵 조별리그 3경기를 합쳐 조현우는 A매치를 9경기밖에 치르지 못했다.

하지만 9경기에서 단 7실점에 그치면서 조현우는 대표팀의 간판 골잡이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그라운드에서는 냉정함을 잃지 않는 조현우의 든든한 지원군은 가족이다.

2016년 연상의 아내 이희영(29)씨와 결혼한 조현우는 9개월 전 딸을 얻고 정신적 안정을 찾았다. 조현우는 치열한 생존경쟁 속에서도 아내에게 틈틈이 편지로 사랑을 전하는 '사랑꾼'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조현우는 러시아 월드컵을 통해 펼친 선방으로 유럽 무대 진출 가능성까지 대두하며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할 전망이다.

한편, 아직 병역을 마치지 않은 조현우는 국군체육부대 입대 등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국군체육부대 입대는 만 27세 이하까지만 할 수 있는데 1991년 9월생인 조현우의 나이는 현재 만 26세 9개월이다.

조현우는 무릎수술로 신체검사에서 4급 판정을 받아 사회복무요원(옛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할 수도 있지만 상무 입대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오는 8월 열리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와일드카드로 출전해 금메달을 따서 병역특례를 받는 것도 군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다.

'K리그 꼴찌팀 골키퍼' 조현우, 월드컵서 떴다 / 연합뉴스 (Yonhapnews)

horn9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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