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가 독재자?" 태국, 타임誌 보도에 '유감'…현지 판매 안돼

입력 2018-06-28 10:25
수정 2018-06-28 10:32
"총리가 독재자?" 태국, 타임誌 보도에 '유감'…현지 판매 안돼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2014년 쿠데타를 일으켜 4년 넘게 집권중인 쁘라윳 짠-오차 총리를 독재자로 묘사한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의 보도를 두고 현지에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타임은 지난 1일 방콕 정부청사에서 쁘라윳 총리와 단독 인터뷰를 하고 관련 내용을 지난 21일 온라인에 게재한 데 이어, 7월 2일 자 아시아판 오프라인 잡지 표지 모델로 쁘라윳 총리를 선정했다.

타임은 오프라인 잡지 표지에 쁘라윳 총리의 상반신 사진과 함께 "민주주의자. 독재자. 태국 쁘라윳 짠-오차 총리의 선택은?"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또 이 잡지는 기사에서 쁘라윳 총리를 '리틀 사릿'이라고 묘사했다. 사릿은 지난 1959년부터 1963년까지 태국을 철권 통치한 군부 독재자다.

타임의 인터뷰 자체를 쁘라윳 총리에 대한 '국제사회의 태도 변화'로 해석하며 반겼던 군부는 보도 내용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고, 알 수 없는 이유로 해당 잡지는 태국에서 판매되지 않고 있다.

태국 군부정권 이인자인 쁘라윗 왕수완 부총리 겸 국방부 장관은 영어 기사를 읽지 못해 구체적인 내용을 모른다면서도 "쁘라윳 장군을 리틀 사릿으로 묘사했는데 나는 둘 사이에 닮은 점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사릿은 정적과 범죄 용의자를 처형하기 위해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지만, 쁘라윳 총리는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또 그는 타임이 태국에서 판매되지 않는 것에 대해 "이유를 모르겠다"며 판매 금지령을 내리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지 서점 체인들은 "해외에 있는 배급업자로부터 잡지에 부적절한 내용이 들어 있을 수 있어 별도의 검열이 필요하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이 경우 기사의 일부를 가려야 한다. 그래서 안 파는 게 나으리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논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현지 최고명문 왕립대학인 쭐라롱껀 대학교가 타임지 기사 낭독 행사를 금지하면서 학생들의 반발을 하고 있다.

온라인 매체 카오소드는 학생 운동가들의 말을 인용해 학교 측이 쁘라윳 총리 관련 타임 기사 낭독행사를 열지 못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고 보도했다.

쭐라롱껀대 학생인 타나왓 웡차이는 "영어를 읽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타임지 원문을 태국어로 번역해 낭독하려 했지만 학교 측이 행사를 취소하라고 압력을 가했다. 영어 기사를 못 읽는다는 부총리에게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비꼬았다.

현지 주요 매체들은 타임의 쁘라윳 총리 관련 보도 내용을 다루지 않지만, 군부에 비판적인 성향을 유지해온 일부 온라인 매체들은 이후 불거진 논란을 비교적 상세하게 보도하고 있다.

쁘라윳 총리는 육군참모총장 시절이던 지난 2014년 극심한 정치갈등과 혼란을 잠재우겠다며 무혈 쿠데타를 일으켰다.

탁신 전 총리의 여동생인 잉락 친나왓 정권을 축출하고 집권한 쁘라윳 총리는 2년여의 준비 끝에 태국의 20번째 새 헌법 초안을 마련하고 지난 2016년 8월 국민투표를 치러 개헌을 성사시켰다.

새 헌법에는 총선후 5년간의 민정 이양기에 250명의 상원의원을 군부가 뽑고, 이들을 하원의 총리 선출 과정에 참여시키는 방안이 담겼다. 또 선출직 의원에게만 주어지던 총리 출마자격도 비선출직 명망가에게 줄 수 있도록 했다.

군인 출신의 군부 지도자인 쁘라윳 총리에게도 추후 총리가 될 수 있는 자격을 준 것이다.

이런 가운데 쁘라윳 총리는 민정이양을 위한 총선 일정을 계속 미루면서 4년째 활동을 하지 못하는 정치권 등으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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