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또 눈물 흘렸지만…손흥민의 두 번째 대회는 달랐다
조별리그 3경기에서 2골 넣으며 에이스 역할 톡톡
(카잔=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손흥민(토트넘)이 두 번째 월드컵에서 또다시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4년 전 브라질에서의 월드컵에서 쏟아낸 눈물과는 달랐다.
손흥민은 27일(현지시간) 러시아 카잔의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축구대회 조별리그 F조 3차전 독일과의 경기에서 자신의 월드컵 무대 세 번째 골을 넣었다.
골키퍼까지 공격에 가담해 텅빈 독일 골문으로 차넣은 손흥민의 공은 '전차군단' 독일을 상대로 한 누구도 예상치 못한 승리의 쐐기를 박는 골이었다.
이날 주장 완장을 차고 그라운드를 누볐던 손흥민은 경기가 끝난 후에도 한동안 그라운드를 떠나지 못한 채 신태용 감독, 동료들과 끌어안고 눈시울을 붉혔다.
그러나 눈물의 의미는 4년 전과 달랐다.
4년 전 대표팀 막내로 생애 첫 월드컵 무대를 밟은 손흥민은 브라질에 눈물을 뿌리고 돌아왔다.
조별리그 2차전 알제리전에서 손흥민은 한국이 전반에만 3골을 내주고 0-3으로 끌려가던 상황에서 자신의 월드컵 첫 골을 넣었다.
그러나 손흥민의 분전에도 한국은 2-4로 완패하고 말았고, 경기 후 손흥민은 땅을 치며 아쉬워하다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진 벨기에와의 3차전이 패배로 끝나 16강 진출이 좌절되자 손흥민은 굵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막내면서도 에이스라는 중책을 졌던 손흥민은 함께 준비한 선수들, 지도자들, 응원해준 팬들에게도 모두 미안하다며 서럽게 울었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나는 동안 손흥민은 성장을 거듭했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로 무대를 옮겨 맹활약하며 세계적인 선수로 도약했다.
두 번째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손흥민은 '브라질의 눈물'을 여러 차례 되새겼다.
지난해 말 월드컵 조 편성이 결정된 후 손흥민은 "아직도 브라질의 눈물을 기억한다"며 "2014년 브라질의 눈물이 웃음으로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월드컵 출정식에서도 손흥민은 눈물 대신 국민에게 웃음을 선사하겠다고 약속했다.
비록 16강 진출엔 실패했지만 손흥민을 중심으로 한 태극전사들이 독일전에서 보여준 활약은 국민에게 웃음을 주기에 충분했다.
2차전 멕시코전 패배 이후 16강 좌절을 예상하고 꾹꾹 참았던 눈물을 터뜨린 손흥민은 마지막 순간만큼은 순전한 아쉬움과 미안함이 아닌 다른 의미의 눈물을 흘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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