콕스 국제구세군 대장 "북한 도울 준비됐다"
한국구세군 110주년 기념 방한 기자회견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국제구세군 최고 지도자인 안드레 콕스 대장이 전세계 구세군 역량을 총동원해 북한을 도울 준비가 됐다고 27일 밝혔다.
한국구세군 110주년을 기념해 방한한 콕스 대장은 27일 기자회견에서 "남북한 분단에 큰 아픔을 느꼈고, 최근 긴장완화와 평화 분위기 조성에 큰 희망을 품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모든 것이 즉각 변하지는 않겠지만 좋은 의도로 대화하다 보면 언젠가는 반드시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며 남북 대화가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확신했다.
군대식 편제를 사용하는 개신교 교단인 구세군은 세계 130개국에서 활동하며 약 2만6천개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한다.
콕스 대장은 "북한을 돕기 위해 전세계 모든 구세군의 자원을 동원할 준비가 됐다"며 "반드시 휴전선이 무너지고 북한이 열리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구세군의 군대식 편제에 대해 그는 "사람들이 죽어가는데 앉아서 토론하고 회의하는 데 시간을 허비할 수 없었다"며 "구세군이 세계에서 가장 큰 교회는 아니지만 나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병력을 보유한 대장"이라고 덧붙였다.
콕스 대장은 영국인 아버지와 스위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1954년 출생했다. 1979년 구세군 사관으로 임관해 핀란드·에스토니아, 남아프리카, 영국 구세군 사령관 등을 역임했으며, 2013년부터 제20대 대장으로 일한다.
그는 이번 방한 기간 주요 예배에 참석하고 국내 개신교계 지도자들과 만났으며, 29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는 몽골, 캄보디아 등 한국구세군의 해외 선교 사업지를 방문할 예정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 남북·북미정상회담 개최 등으로 조성된 남북 평화 분위기를 어떻게 보는가.
▲ 남북 간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는 구세군이 북한에서 더 많은 활동을 했다. 나는 한국인은 아니지만 분단에 큰 아픔을 느꼈고, 그래서 최근 긴장완화와 평화 분위기 조성에 큰 희망을 품게 됐다. 물론 남북 정상이 만나서 한번 회담으로 모든 것이 즉각적으로 변하지는 않겠지만, 좋은 의도로 대화하다 보면 언젠가는 반드시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스위스 구세군 지원으로 1998년 북한에 어린이들의 영양 보충을 위한 요구르트 공장이 설립됐다. 공장 설립을 위해 북한에 두 차례 다녀왔다. 북한 어린이들의 영양 상태가 너무 심각했으며, 노인들에 대한 돌봄과 의약품도 필요하다.
남북 대화가 앞으로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확신한다. 북한에도 도움이 되고 남한에도 큰 이익이 될 것이다.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면 전 세계에 유익한 일이 된다. 이렇게 대화를 재개하고 시작한 정치지도자들에게 감사한다.
-- 남북 평화 분위기 속에서 국제구세군과 교회의 역할은 무엇인가.
▲ 북한 교회와의 관계를 계속 진전시켜나가기를 바란다. 교회와 자선단체들은 다시 북한에 가서 도울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한국 구세군 지도자와도 이야기를 나눴다. 정말 잘할 수 있는 것, 북한에 무엇을 줄 수 있는지 찾아야 한다. 북한이 열리면 한국은 세계의 중심에서 북한을 돕는 사역을 감당하게 될 것이다. 전 세계 모든 구세군 자원을 동원할 준비가 돼 있다. 현재 기류로 보면 반드시 북한이 열리는 날이 올 것으로 본다. 동서독 철의 장막이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결국 무너졌다. 휴전선도 반드시 무너질 것으로 확신한다.
-- 한국 기독교도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 한국 교회와 구세군이 신실함을 유지하기를 바란다. 오늘날 세계적으로 과거 기독교가 보여준 힘이 사라졌다. 현재 우리는 아주 이상한 세상에 산다. 세상은 점점 분리되고 서로 이간질한다. 또다시 무역전쟁이 발생하고 있다. 우리가 책임을 가지고 주님을 신뢰할 때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문제는 그리스도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조차 물질과 명예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교회가 교회의 정체성, 진정성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비난을 받는다. 우리는 말하기는 쉬워도 말한 것을 실천하며 살기는 어렵다. 그리스도인은 우리가 전하는 복음을 그대로 실천하며 살아야 한다.
-- 세계는 난민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해결책은 무엇인가.
▲ 난민들이 우리보다 더 못한 사람이라는 인식을 가져서는 안 된다. 난민들이 들어오는 목적이 더 나은 경제적 위치,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현실적으로 난민들은 더는 갈 곳이 없어 난민이 된 것이다.
구세군은 유럽에 들어오는 난민을 돕는 사역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마치 큰 바다에 돌을 던지는 것처럼 사역이 미미하다. 난민 문제는 어떤 교회나 국가가 감당할 수 없다. 전세계 시민들이 손을 모아 협력해야 문제가 해결된다.
doubl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