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감기몸살로 첫 일정 취소…강행군 속 피로 누적된 듯(종합)

입력 2018-06-27 18:19
文대통령, 감기몸살로 첫 일정 취소…강행군 속 피로 누적된 듯(종합)

규제혁신회의·유네스코 사무총장 접견 한꺼번에 취소해

'비공개 남북정상회담설'·'와병설' 등 제기되자 오후 늦게 공개

평창동계올림픽∼러시아 방문까지 쉴 틈 없이 달려와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서혜림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잇단 강행군으로 피로가 누적돼 극심한 몸살감기를 앓다가 급기야 공개일정을 통째로 연기하거나 취소했다.

문 대통령이 건강 악화를 이유로 공개일정을 미루거나 공식 석상에 불참한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7일 오후 춘추관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러시아 방문 등 과도한 일정과 누적된 피로로 인해서 몸살감기에 걸렸다"며 "주치의가 주말까지 휴식을 취할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고 발표했다.

청와대는 이에 따라 28일과 29일에 예정돼 있던 일정도 모두 취소 또는 연기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애초 이날 오후 2시에 오드리 아줄레 유네스코 사무총장을 접견할 예정이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그러나 접견을 불과 30분 앞두고 기자들을 만나 일정이 취소됐다고 전하면서 "일정이 맞지 않아 취소하기로 했다"고만 밝혀 이를 두고 해석이 분분했다.

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대통령이 오전에 정상적으로 집무를 보시던 중 컨디션이 안 좋아서 일정을 조정했던 것"이라며 일정 변경과 문 대통령의 몸살감기가 연관성이 있음을 밝혔다.

청와대가 문 대통령이 몸살감기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하고 나선 것은 러시아 방문 직후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다양한 추측들이 나옴에 따라 잘못된 정보로 혼란이 생기는 것을 막고자 한 뜻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러시아 방문을 마치고 24일에 귀국한 다음 사흘째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통상 월요일에 주재하는 수석·보좌관회의는 25일에 열리지 않았고 26일에는 부산 유엔기념공원에서 열리는 6·25 참전용사 추모식에 참석하려다가 기상 여건이 나빠진 탓에 항공편 이동이 어려워 불참했다.

일각에서는 공개일정 시각이 임박해 일정이 전격적으로 취소된 점 등 때문에 비공개 남북정상회담 개최설 등을 제기했다.

문 대통령이 감기몸살 때문에 주말까지 쉬기로 했다는 점이 발표되면서 '설'로만 분분했던 추측들은 가라앉는 분위기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올해 초부터 문 대통령이 제대로 쉴 틈이 없이 숨 가쁘게 달려온 탓에 몸에 무리가 왔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간 대화 분위기가 본격적으로 무르익은 뒤로 남북정상회담 개최와 북미 간 대화 중재 등으로 격무에 시달렸다.

그 사이 3월에 베트남·아랍에미리트(UAE) 순방(5박 7일), 이번 달에 러시아 국빈방문(2박 4일) 등의 외국 방문 일정까지 소화했다. 5월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차 방일은 당일치기로 이뤄졌고 같은 달 워싱턴 공식실무방문은 1박 4일의 강행군이었다.

이달 초 하루짜리 연차휴가를 쓰기도 했으나 그간의 피로를 털어내기에는 충분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주치의가 다른 치료가 필요 없는 일상적인 몸살감기라고 설명했다고 한 만큼 문 대통령은 주말까지 휴식을 취하면서 재충전해 다음 주에 일상 업무로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아줄레 사무총장 접견 일정과 함께 오후 3시부터 예정됐던 제2차 규제혁신점검회의까지 취소되면서 이 역시 문 대통령의 건강 악화와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으나 청와대는 이러한 분석에는 선을 그었다.

총리실은 오후 1시께 보도자료를 내고 이낙연 국무총리가 "규제혁신 보고 내용이 대체로 잘 준비됐으나 국민 눈높이에 더 맞춰 보강할 필요가 있다"며 회의 연기를 요청했고 문 대통령이 이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기자들을 만나 "문 대통령이 집무실에 나오셔서 이 총리로부터 보고를 받은 다음 본인도 답답하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오전 10시께 임종석 비서실장과 이 문제를 놓고 회의를 한 다음 오전 11시 30분께 최종적으로 규제혁신점검회의를 연기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 총리의 규제혁신점검회의 연기 건의는 오전 10시 전에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준비 미흡'을 이유로 회의를 취소한 것을 두고 청와대 안팎에서는 문 대통령이 경제 관련 정부 부처를 강하게 다그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컨디션이 좋지 않았으나 이른 오후까지만 해도 내일 일정도 소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을 만나 "회의 준비 상황이 좋았다면 대통령께서 회의를 주재하시겠다고 하셨을 것"이라며 "보고 내용을 더 보강해야 한다고 판단하셔서 회의를 취소한 것이지, 몸살과는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kj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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