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 상장기업 40%의 상위 10위내 '대주주' 돼
일본은행, ETF 매입 계속해 도쿄 1부 시가총액의 4% 보유
부동주 적은 주식 '고갈' 우려…고평가로 투자자 외면할 수도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일본 증시 상장기업 약 40%의 상위 10위 이내 '대주주'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27일 보도했다.
도쿄(東京)돔, 삿포로(札晃)홀딩스, 유니티카, 일본판유리, 이온 등 5개사의 경우 일본은행이 사실상 최대 주주로 올라선 것으로 나타났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은행의 상장지수펀드(ETF) 구입을 통한 주식보유잔액 시가총액은 3월말 현재 25조엔(약 253조 원)에 달했다.
이는 도쿄 증시 1부 상장종목의 시가총액 652조엔의 4%가 조금 못되는 수준이다.
일본은행은 ETF 구입을 국채매입과 함께 2% 물가목표 달성 수단으로 설정, 2010년부터 매입을 계속해 오고 있다.
도쿄증권거래소가 26일 발표한 주식분포 상황을 토대로 니혼게이자이가 일본은행의 실질 보유비율을 계산한 결과 3천755개사 중 1천446개사의 상위 10위 이내 대주주 지위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전 833개사에서 1.7배로 증가했다.
일본은행의 ETF 매입이 개별기업 주식거래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창업자가 주식 대부분을 소유해 증시에서 거래되는 주식(부동주) 자체가 적은 기업의 경우 영향은 더 커진다.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퍼스트 리테일링의 경우 실질적인 부동주 비율은 7.5%다.
ETF에 많이 편입돼 있어 일본은행이 ETF 1조 엔을 사들이면 이 회사 주식 200억엔어치를 사는 셈이 된다.
일본은행이 현 추세로 구입을 계속한다고 가정하면 1년 후에는 시장에서 유통되는 이 회사 주식이 거의 고갈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다이요유덴(太陽誘電)의 부동주는 연간 4%씩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식 가격형성에 미치는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다.
실적이나 기업가치와 무관하게 거래되는 주식이 증가하면 본래 가치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게 돼 적정가격으로 내려가면 당연히 증가해야 할 구매자를 시장에서 멀어지게 할 수도 있다.
거래소가 발표한 주식분포 상황에서는 일본은행이 포함되는 신탁은행의 보유비율 증가가 두드러진 반면 개인주주와 법인 보유비율은 감소한 것으로 밝혀졌다.
외국인 투자가도 전년 대비 0.1 포인트 증가한 30.2%에 그쳐 거의 변화가 없었다.
일본은행이 ETF 구입을 계속해온 지난 7년반 동안 주가는 9천엔대 전반에서 약 2.4배 수준으로 상승했다.
니혼게이자이는 투자가 층이 넓어지지 않으면 주가상승의 파급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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