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년 정부문서 영역 감수 에리자벳씨 국민훈장 모란장 받는다
1977년 문공부 입사…헌법 제10호·남북회담 발표문 등 영역 감수
"KBS 이산가족방송 때 영역 감수, 가장 감명 깊어"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우리 정부문서 영역 감수 업무에 41년간 종사한 에리자벳지크?트(78) 씨가 국민훈장 모란장(2등급)을 받는다.
문화체육관광부 해외문화홍보원은 30일 홍보원에서 퇴직하는 에리자벳 씨에게 국정 해외홍보 유공 분야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여한다고 27일 밝혔다.
해외문화홍보원은 "에리자벳 씨는 영역 감수에서 탁월한 업적을 세웠으며 그의 전문적인 영역 감수를 통해 국가 이미지와 국격을 높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에리자벳 씨는 1960년대 초 미국 평화봉사단 일원으로 방한하면서 한국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그는 이후 아메리칸대에서 석·박사 과정을 밟던 중 유학생 이하우 씨를 만나 1969년 결혼했다.
남편과 함께 한국으로 건너온 에리자벳 씨는 1977년 1월 1일 문화공보부 해외공보관에 입사했다. 영역된 자료가 정확한지 원어민 입장에서 확인하는 감수자 역할이 중요하던 시절이었다.
남편 이씨도 비슷한 시기 문화공보부 홍보조사연구관 및 외보담당관으로 활동했으며 이후 대통령 공보비서관, 국회의장 비서실장, 서울올림픽조직위원회 사무총장 등을 지냈다.
에리자벳 씨는 41년 6개월간 일하면서 1987년 개정된 대한민국헌법(헌법 제10호)을 비롯해 대통령의 유엔 총회 등 주요 계기 연설문과 외국 정상에 보내는 친서, 남북정상회담 발표문, 대국민 담화 발표 등 주요 국정 현안, 청대와 정부부처 정책보도 등 수많은 자료를 영역 감수했다.
그는 "한국 연설문은 사실적 기술보다는 감정적 단어가 많이 사용해 외국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많았다"라면서 "연설문 내용의 수위 조절, 외국인이 이해하기 쉬운 단어 선택 등을 조언해 주는 역할도 많이 했다"고 회고했다.
격동의 한국 현대사를 지켜본 에리자벳 씨는 1983년 KBS 이산가족 찾기 특별 생방송 당시 영역 감수한 내용이 외국인에게 소개됐을 때 가장 큰 감명을 받았다고 밝혔다.
1992년 한중 외교관계 수립 시 관련 자료를 감수하던 중, 이 자료가 언론에 유출돼 곤욕을 치른 경험도 있다. 이후 자신과 무관한 일로 드러나 책임을 면했다.
통행금지가 있던 시절 서울 시내 호텔에서 영역 감수를 끝낸 뒤, 새벽 4시 통금 해제 후 본인 차로 운전해 귀가하는 일도 잦았다.
에리자벳 씨는 1981년 2월 4일 한국 국적을 취득하면서 지금의 이름을 얻었다.
그는 "그간 정권이 바뀌고 근무하는 직장명이 바뀌어도 계속 영역 감수를 맡아서 일할 수 있어서 보람도 있었고 행복했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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