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조작 의혹' 은행점포 100곳 안팎…금감원 집중점검 착수
원천징수영수증 냈지만, 소득은 '0원' 입력…"실수 아닌 시스템 문제"
금리·내규 문제라 임직원 제재 어려워…경남銀 내부 징계로 끝날 듯
(서울=연합뉴스) 박용주 홍정규 기자 = 은행권의 대출금리 부당책정이 점포 100여곳에서 동시다발로 저질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조작' 의혹이 제기될 정도로 금리 산정 오류가 나타난 경남은행, KEB하나은행, 한국씨티은행에 대해 금융감독원은 집중점검을 벌여 사건의 경위를 따진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1만2천건의 가계 대출금리가 과다 산정된 경남은행은 100곳 안팎의 점포에서 이같은 문제점이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점포 165곳 중 절반을 넘는다.
경남은행은 이들로부터 더 받은 대출이자를 25억원으로 파악하고 다음달 중 환급한다고 전날 밝혔다. 대출자의 연소득을 입력하지 않거나 적게 입력해 부채비율이 높게 산출되고, 이 때문에 가산금리가 0.25∼0.50%포인트 붙었다.
금감원은 환급의 적정성과 별개로 경남은행의 여러 지점에서 연소득이 잘못 입력된 경위를 따져 물을 방침이다. 현재 경영실태평가 중인 담당 검사반이 이와 관련한 검사에 착수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출 신청 때 원천징수영수증을 받게 돼 있는데, 여기 나타난 소득 금액을 입력하지 않거나 직원 임의로 입력했고, 은행 심사역은 이를 그대로 승인해주는 이해하지 못할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남은행은 자체 점검 결과 고의성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전산등록 과정에서 대출자의 연소득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실수'였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그러나 100곳 안팎의 지점에서 오랜 기간 실수가 반복된 것은 시스템의 허술함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내부통제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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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은 하나은행과 씨티은행의 경우 경남은행보다 규모는 작지만, 역시 대출금리 산정의 허술한 시스템이 드러난 사례라고 지적했다.
하나은행은 전산상 산출되는 '시스템 금리'에 비계량적 요소를 가감해 대출금리를 정했는데, 점포 직원이나 지점장이 임의로 최고금리를 입력했다. 개인·자영업·기업대출을 가리지 않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하나은행은 별다른 근거나 고민 없이 손쉽게 최고금리를 부과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며 "대출자는 영문도 모른 채 이자를 더 냈던 것"이라고 말했다.
씨티은행은 담보가 있는데도 없는 것으로 입력돼 대출금리가 높게 매겨진 사례가 드러났다. 이와 반대로 담보가 없는데도 있는 것으로 입력돼 대출금리가 낮게 매겨진 경우도 있었다.
금감원은 이들 은행뿐 아니라 이번 대출금리 산정체계 검사에서 제외된 다른 지방은행들도 자체 점검해 보고토록 했다.
다만 금리가 잘못 책정됐다는 점이나 내부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이유로 기관·임직원 제재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금리 모범규준을 각 은행이 내규에 반영해 운영했는데, 이 내규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은 금감원의 제재 대상이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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