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법원 "낙태반대기관에 낙태시술 안내토록 강제해선 안돼"(종합)

입력 2018-06-27 10:24
美대법원 "낙태반대기관에 낙태시술 안내토록 강제해선 안돼"(종합)

캘리포니아주법 시행 금지 판결…"수정헌법 1조 표현의 자유 침해"

대법관 의견 5대 4로 갈려…보수성향으로 회귀

(워싱턴=연합뉴스) 이승우 특파원 권혜진 기자 = 낙태를 반대하는 기관이라고 해도 해당 기관을 찾은 임신부들에게 낙태 시술을 받을 수 있는 절차 등을 안내하도록 강제한 캘리포니아 주법이 위헌 소지가 있다는 미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미 연방대법원은 26일(현지시간) 찬성 5대 반대 4로 낙태 반대 기관도 낙태 절차를 안내하도록 한 캘리포니아주 법률이 수정헌법 제1조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캘리포니아주 낙태 반대 기관들은 낙태 시술 절차 안내 등 자신들의 신념과 반대되는 안내문을 게재하지 않아도 된다.



이번 판결은 캘리포니아 주법이 수정헌법 제1조에 규정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해 온 보수 기독교 계열 낙태 반대기구들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문제가 된 캘리포니아 주법은 지난 2015년 민주당 의원들에 의해 제정된 법률이다.

보수 기독교 성향의 '전국가족생명옹호협회(NIFLA)'에서 운영하는 '위기임신센터'가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여성들의 낙태를 기만적으로 방해한다는 비판이 진보 진영으로부터 나오는 점을 반영한 입법이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내에 300여곳이 운영되는 위기임신센터는 임신부에게 낙태 대신 아기를 낳아 키울 방법을 상담해주거나 입양을 알선하는 활동을 해왔다.

이에 캘리포니아 주는 위기임신센터와 같은 낙태 반대 기관일지라도 일단은 해당 기관을 찾은 여성들에게 무료 또는 적은 비용으로 받을 수 있는 낙태 시술과 피임법, 산전 건강관리 등의 정보를 연락처와 함께 제공해야 한다는 법을 만들었다.

NIFLA는 이런 정보 제공이 출산을 장려하고 육아나 입양을 독려하는 자신들의 신념과 배치된다는 점에서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반발, 캘리포니아 주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찬성표를 던진 보수 성향 대법관 중 한명인 클래런스 토머스 판사는 캘리포니아 주는 여성들에게 낙태의 가능성을 주지시키기 위해 홍보 등 다른 수단을 이용할 수 있지만 "자신들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이런 인가 시설을 끌어들여서는 안된다"고 적시했다.



그러나 자비에 베세라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은 "보건에 관한 결정에 있어서 모든 캘리포니아 여성은 경제적 배경이나 주거지에 상관없이 중요하고 편견없이 정보를 접하고,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며 판결 결과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미 언론들은 이번 판결은 두고 지난해 4월 닐 고서치 대법관의 합류로 대법원 내 보수와 진보 구도가 5 대 4의 보수 우위로 회귀한 데 따른 결과라고 해석했다.

해당 법률이 헌법에 위배되는 소지가 있다며 주법 시행 금지에 찬성표를 행사한 판사들도 보수 성향 대법관들이다.



leslie@yna.co.kr luc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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