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조화·공존 모색하는 강한 사회…국가신뢰가 최대자산"

입력 2018-06-27 07:00
"스웨덴, 조화·공존 모색하는 강한 사회…국가신뢰가 최대자산"

최승현 스웨덴공사, 스웨덴 안내서 '검은 건반, 흰 건반' 출간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노벨상과 팝그룹 아바, 성차별이 가장 적고 최고의 복지를 누리는 나라로 알려진 북유럽의 중심 스웨덴.

한국인에게는 여전히 물리적, 정서적으로 먼 나라이지만 많은 사람이 한 번쯤 가보고 싶은 나라로 꼽는 스웨덴 사람들의 삶과 정신을 총체적으로 파헤쳐 소개한 '스웨덴 안내서'가 최근 발간됐다.

한국과 스웨덴, 두 나라를 잇는 가교로서 현지에서 2년 가까이 스웨덴인들과 함께 생활해온 최승현 주스웨덴공사가 최근 '검은 건반, 흰 건반 스웨덴에서 다시 태어나다'라는 제목의 저서를 내놓았다.



저자는 그동안 탐험가 아문센이 미지의 세계를 탐구하듯 스웨덴을 탐험했다면서 슈베르트가 미완성 교향곡을 남긴 것처럼 '스웨덴 교향곡'의 1악장이라도 남기고 싶은 심정으로 책을 내놓았다며 '스웨덴 보고서'를 제시했다.

저자는 먼저 누구도 모방하기 어려운 스웨덴 정신으로 '조화'를 꼽으며, 스웨덴 지도자들은 피아노의 흰 건반과 검은 건반이 하모니를 이뤄 멋진 소나타를 만들어내듯이 사회구성원 전체의 조화로운 공존을 모색했다고 통찰했다.

그러면서 "강자와 약자가, 기득권자와 소외층이, 가난한 사람들과 가진 자들이 어색함을 느끼지 않고, 증오를 표출하지 않고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지도자가 이끌었고, 시민들도 외쳤다"며 국민이 국가를 신뢰하는 것을 스웨덴의 가장 큰 자산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강한 사회'를 일궈낸 토대로 두터운 중산층과 보편적 복지시스템, 이기심을 억제하고 공동체를 우선시하는 시민 정신을 꼽은 뒤 한국의 중용 개념과 유사한, 과하지 않고 적정선을 지키려는 '라곰(Lagom)의 정서'가 '온기가 느껴지는 스웨덴'을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한국인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스웨덴의 온기로 저자는 스웨덴이 1만 명 넘는 한국인 입양아를 포용한 점을 언급했다.

저자는 또 유럽을 포연과 살육의 비극 속에 몰아넣은 1, 2차 세계대전 때도 스웨덴은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평화를 만끽한 점에 주목하며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싸움을 피하고 협상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나가자는 것이 스웨덴 방식"이라고 소개했다.



이런 접근법이 스웨덴의 한반도 정책에도 반영돼 스웨덴은 서울과 평양에 상주공관을 두고, 한반도 중재자·촉진자 역할을 지속해왔다는 것.

저자는 이어 스웨덴을 강하게 만든 요인 중 하나로 양성평등을 언급했다. 스웨덴은 22명 장관 중 절반이 여성이고, 특히 외교부의 경우 고졸 출신인 마르고트 발스트롬 외교장관을 비롯해 통상장관, 개발협력장관 모두가 여성이며 의회 의원의 44%가 여성이다.

스웨덴 화폐에 그려진 인물 가운데 정치인은 없고, '말괄량이 삐삐'를 만들어낸 아동작가나 시인, 은막의 스타인 여배우, 영화감독, 소프라노 등이 차지하는 점도 스웨덴 사람들의 정신세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저자는 전했다.

아울러 저자는 탈권위와 솔선수범도 스웨덴을 강하게 만든 한 요인으로 꼽았다.

의회 개원식에서 국민 재즈가수가 축가를 부르고, 왕위 승계 서열 넘버원인 왕세녀가 헬스 트레이너와 결혼하며, 23년간 장기집권한 총리가 은퇴 후 노후생활을 할 집 한 채 남기지 않을 정도로 청렴했고, 남편 서거 후 정부 마크가 새겨진 펜을 반납한 총리 부인의 일화는 스웨덴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단면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저자는 "강한 사회는 그냥 오지 않는다. 그것은 순전히 지혜로운 스웨덴 사람들 노력의 소산이었다"고 강조했다.



bing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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